‘현재價’를 사지 말고‘매입 근거’를 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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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일반투자가들은 주가를 산다. 그것도 바로 오늘의 현재가를 산다. 그들은 자신이 산 회사의 경영상황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그저 시장의 흐름을 따라 오늘의 주가를 사고 오늘의 주가를 판다.

다시 말해 습관적으로 주식을 사고 팔 뿐이다. 일반투자가들의 이런 투자에 대한 잘못된 상식 몇 가지를 알아 본다. “그건 안 빠졌잖아요.” 보통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며 어떤 종목을 추천하다 보면 자주 받는 질문이다. 주식이 빠지고 안 빠지는 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안 빠졌다고 해서 매수를 망설이다니…. 도대체 안 빠졌다는 것과 매수 근거와는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 것일까? 또한 안 빠졌다는 것과 회사 경영상태와는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일까? 오히려 반대로 하락장에서도 안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 매수세가 강하다는 것이고, 이미 매수한 사람들이 그 종목에 대해 보유해야겠다는 홀딩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매수 집단의 종목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는 것의 방증이다. 따라서 물량과 가격의 흔들림이 적고 안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따라서 ‘안 빠졌다’는 말만큼 이 세상에서 주식투자가에게 믿음을 주는 말이 또 있을까?

“바닥이니깐.” 보통 일반투자가들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종목을 추천할 때 추천의 근거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혹은 이미 그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채로 많이 하락하여 이미 손해를 본 사람들에게 “이젠 거의 바닥이니깐 괜찮을 것입니다”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주식이 빠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다만 투자가가 주식이 내려가는 이유를 아직 알지 못할 뿐이다. 역으로 말하면 얼마나 회사경영이 안 좋으면 그렇게 주가가 빠져도 오를 줄 모를까? 얼마나 매수세가 취약하기에 그렇게 주가가 빠졌어도 바닥을 빌빌 길까? 얼마나 매도세가 강하기에 그렇게 헐값(?)에도 정신없이 팔아 댈까? 따라서 ‘바닥’이라는 말만큼 이 세상에서 주식투자가들에게 불안을 주는 말이 또 있겠는가?

“안 올랐으니깐.” 일반투자가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종목을 추천할 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이번 상승에 안 올랐으니깐 괜찮을 겁니다. 이번 상승에 소외되었으니까 이미 오른 주식보다는 아직 안 오른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 말은 ‘바닥’이라는 말과 일란성 쌍둥이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아니 얼마나 주식이 안 좋으면 남들 다 오를 때 혼자 안 오르고 있을까? 얼마나 회사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기에 좋은 장에서 덤으로 묻어 가지도 못할까? 얼마나 대기 매물이 많기에, 얼마나 그 주식으로 손해 본 집단이 많기에, 그리고 얼마나 더 기간조정을 거쳐야 하기에 매수집단이 포기했을까? 좋은 장에서도 못 오르는 주식은 도대체 그럼 평생 언제 오를까? 이 세상에서 주식투자가들에게 ‘안 올랐으니깐’ 혹은 ‘덜 올랐으니깐’ 만큼 불안스러운 말이 또 있을까?

“곧 반등할 것이다.” 일반투자가들 중에 종목을 추천하거나 혹은 홀딩의 근거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곧 반등할 겁니다. 그러니 매수하세요.” 아니 주식이 무슨 족집게 점쟁이들의 경연장이란 말인가? 어떻게 이 주식은 몇 월 몇 일에 오른다고 혹은 내린다고 도사 같은 말들을 하고 있을까? 게다가 아니 얼마나 취약한 주식이기에 대쪽같이 하늘을 치고 올라가도 부족한 판에 고작 반등밖에 못한단 말인가? 상승의 폭이 반등 정도인, 한계성이 정해진 주식을 매입하라고? 이 세상에 ‘반등’만큼 주식투자가들에게 실망을 주는 말이 또 있을까?

“얼마에 샀는데? 얼마에 팔았는데?” 주식을 사고 팔다 보면 주위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얼마에 샀는데? 얼마에 팔았는데?” 남들이 사면 같이 사고, 남들이 팔면 같이 팔려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이 산 가격보다 싸면 사고, 남들이 산 가격보다 비싸면 안 살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자신의 신념보단 남들의 매매 패턴에 의해 남들이 사면 사고, 남들이 팔면 팔려는 집단 행동의식으로 매매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매수가가 남의 매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나의 매도가가 남의 매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남의 매수가가 나의 매수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며, 남의 매도가가 나의 매도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주식은 주가의 등락과의 싸움이 아니라 종목에 대한 자신의 믿음과 신념에 대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경우 나의 대답은 항상 똑같다. 주가를 사지 말고 회사를 사라! 현재가를 사지 말고 근거를 사라! 종합을 사지 말고 과학적 분석을 사라! 시장 분위기를 사지 말고 신념을 사라! 그래서 만약 내린다고 판단되면 무조건 팔고 만약 오른다고 판단되면 무조건 사라!

청솔 선생 플러스게이트 이사 pinesol@plusgate.com>
문의:www.plusg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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