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앞에서 … 아빠 때려 숨지게 한 10대

중앙일보

입력 2012.08.02 00:10

업데이트 2012.08.0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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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달 21일 0시10분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 사는 회사원 김모(39)씨는 아들(6)과 함께 집 인근 한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김씨는 아내와 함께 산책하러 나왔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지갑을 가지러 집에 간 아내를 기다리며 아들과 정다운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때 옆 테이블에 있던 10대 청소년 5명이 큰 소리로 떠들어 부자(父子)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했다. 아이들의 욕설 섞인 수다에 인근을 지나던 주민들도 얼굴을 찡그렸다. 쉴 새 없이 바닥에 침을 뱉는 모습이 거슬렸다. 보다 못한 김씨가 나섰다. “이 녀석들아, 밤중에 그렇게 떠들면 어떻게 해!”

 5명의 시선이 김씨를 향했다. 잘못을 인정하는 기색이 없었다.

앳된 외모의 김모(16·고1)군이 김씨 앞으로 다가왔다. “아저씨가 뭔데 참견이에요.” 도전적인 눈빛이었다. 화가 난 김씨가 김군의 뒤통수를 때리자 곧장 김씨에게 주먹이 돌아왔다. 김군 등의 동네 선배인 신모(20)씨가 이곳을 지나다 두 사람이 뒤엉켜 있는 것을 보고 폭력에 가세했다. 네 명의 청소년은 구경만 했다.

 두 사람의 주먹과 발이 김씨의 얼굴과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김군이 내지른 발길이 김씨의 얼굴에 내리꽂혔다. 그 충격에 김씨는 뒤로 넘어지면서 아스팔트에 뒤통수를 부딪치고 의식을 잃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짐작한 김군은 쓰러진 김씨를 놔두고 도망쳤다.

 김씨는 119 구급차에 실려 대학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뇌출혈이었다. 두개골 2곳이 파열됐다. 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6일 만인 지난달 27일 오후 4시30분쯤 숨을 거뒀다.

 여섯 살 된 김씨의 아들은 아빠가 집단폭행 당하는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했다. 아빠가 쓰러지자 “아빠, 왜 그래, 일어나∼”라며 울기만 했다. 10여 분간 현장을 목격한 아이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트라우마)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김씨의 처남 이모(39)씨는 “조카가 잠도 못 자고 말도 잘 안 하려고 한다. 그때 상황을 물어보면 계속 울기만 한다”고 말했다.

 김씨를 폭행한 신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도망쳤던 김군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수했다. 법원은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경찰은 신씨와 김군을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폭행에 가담한 이들이 더 있는지를 수사 중이다. 김씨의 시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기경찰청은 열대야 때문에 야간에 야외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폭력사건 등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야간 순찰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방학을 맞아 심야에 배회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계도활동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열대야와 방학이 겹치면서 늦은 밤까지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에 의한 범죄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유길용·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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