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배움터 지킴이 자격부터 점검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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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성범죄 소식에 이 땅의 부모들은 불안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경남 창원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직업군인 출신의 배움터 지킴이가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주기는커녕 도리어 성추행을 일삼다가 경찰에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우리 아이들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곳은 정녕 없는 것인가. 부모들의 분노는 안전 문제에 있어 무능하기 짝이 없는 학교와 교육청을 넘어 정부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는 전국의 대다수 배움터 지킴이들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점에서 극소수가 벌인 불미스러운 일로 넘겨버려서는 안 된다. 단 한 명이라도 일탈할 여지를 막기 위해 배움터 지킴이 채용과 관리 시스템 전체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으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채용 단계부터 허점이 많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 등 청소년 관련 기관의 취업자나 근로자는 성범죄 조회를 거치도록 돼 있으나 배움터 지킴이는 예외라고 한다. 자원봉사자 성격이 강해 성범죄 조회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게 교육과학기술부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부 교육청을 제외하고 대다수 교육청이 학교에서 배움터 지킴이를 채용할 때 범죄 경력 조회서를 내도록 의무화하지 않았으며, 대다수 학교도 이를 요구하지 않았다. 배움터 지킴이는 학교와 학생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인지, 아니면 남는 시간에 자원봉사하며 소일하는 자리인지 교과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채용 때 성범죄 경력 조회서를 제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학교 안전 책임자로서의 자격을 따지라는 것이다.

 배움터 지킴이들도 부적격자들이 채용되는 문제를 교과부에 알리고 제도 개선을 여러 차례 건의했다고 한다. 이런 소리에 관심조차 갖지 않던 공무원들이 사고가 터지자 그제야 실태조사를 하느니 부산을 떨고 있다. 초등학생 9명이 55차례나 학교 안에서 성추행을 당했는데도 학교 교장은 몰랐다고 한다. 정부도, 학교도 학부모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