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입시, MY STUDY에 길 있다 ④ 명덕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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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명덕외고를 찾은 중학생들과 재학생들이 합격 비결과 학교 생활에 대해 얘기를 나눈 뒤 함께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도형군·최세진양·송화윤양·여휘명군·안세호군.

013학년도 입시부터 외국어고 신입생 선발에서 인성 평가가 강화된다. 학습계획서가 자기주도학습 영역과 인성 영역을 포함하는 자기개발계획서로 변경된다. 진로 계획과 독서활동 영역이 자기주도학습 영역으로 통합되고, 봉사와 체험활동 영역은 인성 영역으로 확대된다. 서울 영동중 2학년 김도형·안세호군과 송화윤양이 10일 명덕외고 김영민 입학홍보부장을 만났다.

 김 교사는 “자기개발계획서·교사추천서에 인성과 자기주도학습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담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사추천서 항목에는 자율 기술 부분이 추가될 예정”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이 항목에는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개발계획서에는 기술되지 않거나, 강조하고 싶은 학생에 대한 전반적인 생활모습·장점 등을 기술하면 된다”고 설명한 뒤 “물론 인증점수나 구체적인 교과 성적을 기술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명덕외고는 1단계에서 영어 내신성적(160점)과 출결 성적으로 모집인원의 1.5배수를 선발한다. 2단계에서는 면접(40점)을 실시해 1단계 성적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자기개발계획서는 2단계 전형에서 반영된다. 따로 배점이 있지 않고 면접 점수(40점)안에 포함돼 있다. 면접이 자기개발계획서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만큼 꼼꼼한 기술이 요구된다.

 영어 내신 성적은 명덕외고 합격자 상당수가 1, 2등급이다. 김 교사는 “1단계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해도 면접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1단계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어도 면접을 잘 봐 합격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1단계에서 영어 내신 성적을 보는 만큼 면접에선 영어 인터뷰를 하거나 영어 실력을 검증하기 위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송양은 자기개발계획서의 자기주도학습 영역에서 요구하는 자기주도학습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김 교사는 “지난해 지원자 중에 ‘선생님과 부모님의 도움 없이 수학 문제 10권을 사서 풀었고, 성적이 올랐다’고 기술한 학생이 있었다”면서 “무조건 혼자 공부했다고 자기주도학습이 아니다”고 운을 뗐다. “중요한 건 확고한 목표의식이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으로 노력한 뒤 이를 통해 자신의 진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원동기에 어떤 내용을 기술하면 좋으냐”는 안군의 질문에 김 교사는 “자신의 꿈을 향한 고민의 흔적과, 꿈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이를 학교·전공을 선택한 이유와 연결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외고라고 지원동기를 꼭 외국어에만 맞추지 않아도 된다. 학교나 봉사활동, 멘토와의 만남 등을 통해 찾은 자신의 꿈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개성 있게 기술하면 좋다”고 말했다.

 김군은 “어떤 수준의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김 교사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읽으면 된다. 자신에게 어려운 책을 억지로 읽지 말고, 청소년용 소설책이라도 정독한 뒤 깊이 생각하고, 책을 색다르게 분석하면 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군은 “점수를 따기 위한 봉사활동을 어떻게 가려내느냐”고 궁금해했다. 김 교사는 “봉사 시간이나 종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봉사활동을 통해 무엇을 고민하고 느꼈는지를 서류와 면접으로 알아보는 것”이라며 “봉사활동을 화려하게 꾸미려고 하지 말고, 학생 수준에 맞는 봉사활동을 하라”고 조언했다.

 면접관 3명이 함께 학생 개개인의 자기개발 계획서와 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를 꼼꼼히 검토한 뒤 개별 질문을 만든다. 학생의 답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질문들이 꼬리를 잇는다. 예를 들어, 학생이 봉사활동을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펼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는지를 구체적인 한 가지 이상의 질문을 통해 검증하는 식이다. 김교사는 “학생의 순발력을 시험하는 식의 공통질문은 하지 않는다. 자기개발계획서를 바탕으로 학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아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접으로 인해 당락이 뒤바뀔 수 있느냐”는 김군의 질문에 김 교사는 “그렇다. 1단계를 겨우 통과했지만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합격한 사례들이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면접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면접에서 주의할 점을 궁금해하는 세 학생에게 김 교사는 지난해 면접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자기개발계획서에 봉사활동에 대해 쓴 한 학생에게 봉사활동의 사회적 의미를 물었어요. 하지만 재차 질문을 해도 그 학생은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은 이야기만 암기한 듯이 줄줄 말했어요.”

 김 교사는 “학원 등에서 면접 답변을 기계적으로 준비해온 학생들은 이렇게 티가 난다”면서 “동문서답을 하지 말고, 질문하는 사람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논리적으로 답변하는 학생이 좋은 점수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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