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치히터] 투수가 세운 깨뜨리기 힘든 타격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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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영(張泰英)하면 광주서중의 김양중과 함께 한때 우리 고교야구의 두 기둥을 이루었던 투수다.(나중에 실업야구 상업은행팀의 감독도 지냈지만)

투수인 장태영씨가 아직도 깨어지지 않는 타격기록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아는 야구팬은 그리 흔하지 않다.

1967년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동안 용산 육군야구장에서 열렸던 제5회 군·실업 야구쟁패전(현재의 백호기대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육군의 투수였던 장태영이 11타수 9안타로 타율 0.818이라는 한국야구사상 불멸의 단일대회 최고타율을 세운 것이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 깨어지지 않고 지켜져 오고 있다. 누구도 쉽게 깨뜨리기 어려운 기록이라는 것이 야구인들의 통념이다. 투수가 세운 타율기록, ‘진기명기’에나 등장할 얘깃거리이다.

이런 장태영의 맹활약으로 육군은 19일 벌어진 조운과의 결승전에서 14대4로 크게 이겨 3전전승의 기록으로 우승, 대회 2연패를 이루었고 조운은 2승1패로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이 대회의 특기사항은 주최사인 경향신문이 ‘문인관람석’을 만들어 매일같이 모윤숙, 전숙희, 정비석, 조경희, 소설가 박화성 등을 초청해 색다른 화제와 흥미를 끌었다는 점이다.

이 초청인사 명단에는 또한 코미디언 ‘후라이보이’ 곽규석씨도 들어있고 김현숙 여군대령, 소프라노 엄경원씨 등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문자 그대로 VIP 초대석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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