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노리는 박태환·손연재의 '충격 식단'

중앙일보

입력 2012.07.28 01:15

업데이트 2012.07.2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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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어휴, 차라리 소를 키우지….”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23·SK텔레콤)을 지원하는 전담팀의 권세정 팀장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탄탄한 근육, 날렵한 몸매의 박태환은 상상을 초월하는 대식가다.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하면 일단 한 박스를 뜯어야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식빵 한 줄을 먹는 건 예사다. 권 팀장은 “호주 전지훈련 때 박태환과 일식당에 갔다가 초밥을 먹어 치우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러다가 전담팀 예산이 전부 박태환 식비로 들어가겠다는 걱정을 했다”고 농담했다. 하루 섭취 열량이 6500㎉에 달한다.

 그런데 이런 대식가 박태환도 큰 대회를 앞두고는 먹는 양을 줄이고 철저하게 식단을 관리한다. 그는 2005년 몬트리올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때 현지에서 햄버거를 먹고 배탈이 나는 바람에 호되게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이후 박태환은 식단 관리에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

 이번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는 전문가의 도움도 받는다. 박태환은 지난해 말부터 이명천 단국대 교육대학원 석좌교수가 짜 준 ‘맞춤 식단’을 지키고 있다. 기본 세 끼 외에 새벽·오후·밤에 간식을 추가로 먹고 아침과 점심에 비해 저녁을 푸짐하게 먹는 식단이다. 체중이 줄어들 경우 설렁탕 등으로 피로한 근육을 달래고, 혈당이 올라가는 단 음식은 금지하는 등 구체적인 지시가 있다. 숙면을 방해하는 찬물 샤워를 하지 말라는 등 식단 외의 조언도 추가했다.

 이 교수는 20년간 엘리트 선수들의 식단을 연구한 이 부문 권위자다. 그는 “박태환의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 맞춘 식단을 짰다”며 “경기 전날에는 육식보다 생선찜, 볶음밥보다는 찐밥을 먹으라고 조언했다. 소화와 흡수를 먼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태환은 런던의 선수촌 뷔페에서 이 교수가 짜 준 식단에 맞춰 음식을 고른다. 딱 맞아떨어지는 음식이 없을 때는 전담팀 트레이너에게 휴대전화로 음식 사진을 찍어 보낸다. 그리고 “먹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져야 먹는다.

 이 교수는 “식단 하나로 메달을 따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스포츠 과학자들은 과학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5% 정도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기량이 종이 한 장 차이인데 스포츠영양학 등 스포츠과학이 바로 그 ‘종이 한 장’을 뛰어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환의 아침 식단에 대해 서울신라호텔 더 파크뷰의 장용섭 책임주방장은 “다량의 탄수화물 섭취로 활력을 높여주고 신선한 자몽으로 비타민을 공급해주는 식단”이라며 “자몽에 함유된 팩틴 성분은 체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태환의 아침 주식은 식빵이다. 8~10조각을 커피우유와 먹은 뒤 입가심으로 자몽 한 개. 점심은 한국식. 흰 쌀밥, 된장찌개에 계란말이 김을 곁들인다. 저녁상은 푸짐하다. 월·수·금요일엔 퓨전스시 10~15 접시(20~30개)와 오렌지 주스를, 화·목요일엔 볶음밥과 김치찌개·깐풍기·김치전을 먹는다. 주말엔 삼겹살과 항정살을 구워 밥·버섯·마늘·채소와 함께 먹는다.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촬영 협조=호텔 신라 

‘고통의 식단’을 받아 든 선수들

장미란 경기 직전에 곰탕을 즐긴다. 식후에는 에너지바를 먹는다.

 계체를 하는 종목의 선수들은 ‘지옥훈련’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체중 조절을 해야 한다. 일단 먹는 양을 극도로 줄인다. 목표 체중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갈 경우에는 경기 2~3일 전부터 물만 먹고 버틴다. 계체 당일에는 껌을 씹고 침을 뱉어 가면서 몸무게를 몇 그램(g)이라도 줄이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물을 마시지 않은 채 계속 침을 뱉으면 나중엔 침까지 말라 버릴 정도로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급 대표 정지현(29·삼성생명)은 감량의 고통에 대해 “죽음이 무엇인지 실감 날 정도”라고 했다.

 격투종목 선수들은 한계 몸무게에서 3~4㎏ 정도만 초과하도록 평소 체중 관리에 신경을 쓴다. 그리고 경기 열흘 전부터 본격적인 체중 조절에 들어간다.

왕기춘 샐러드 위주로 먹는다. 밥과 고기·스파게티등은 약간만 먹는다.

 남자 유도 73㎏급 대표 왕기춘(24·포항시청)은 지난 24일 런던에 입성했고, 30일에 경기를 한다. 그는 이 기간 동안 3㎏을 감량해야 한다. 그래서 왕기춘은 요즘 샐러드 위주의 식사를 한다. 여기에 탄수화물을 보충하기 위해 스파게티를 약간 먹고, 추가로 소량의 밥과 고기류를 먹는다. 물은 목을 축일 정도만 마신다.

 경기 당일 오전에 계체를 통과하고 나면 빠른 시간 안에 기력을 회복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유도 선수들은 계체 직후 위장에 무리가 없도록 전복죽을 먹으면서 떨어진 체력을 회복한다. 그리고 30분 후 갈비탕 반 그릇을 더 먹고 예선 경기에 나선다.

 복싱 48㎏급의 신종훈(23·서울시청)은 복 받은 케이스다. 그는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서 격투종목 선수치고 드물게 선수촌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자유롭게 먹는다. 이승배 복싱대표팀 감독은 “계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는 게 경쟁자들에겐 없는 신종훈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손연재 아침은 빵 한 조각, 계란프라이, 소시지 한 개, 요플레 하나에 약간의 과일과 커피.

계체를 하지 않는데도 밥을 못 먹는 종목이 있다. 대표적인 게 체조다. 리듬체조 대표 손연재(18·세종고)는 저녁밥 대신 사과 한 개를 먹고 있다. 경기 당일 아침에도 빵 한 조각, 치즈 조금, 계란프라이, 소시지 한 개, 요플레 한 개, 과일 조금을 먹는 정도다. 경기할 때는 점심을 먹지 않는다. 대회 기간에는 평소보다 훈련량이 적기 때문에 식단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한다.

 리듬체조는 신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종목이라 예쁜 보디라인을 만들기 위한 체중 관리가 필수다. 캐나다의 허프포스트는 25일 “한국의 리듬체조 대표 손연재가 ‘익스트림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연재의 코치가 매일 그램(g) 단위로 몸무게를 체크해 가면서 극한의 식단 조절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리듬체조에 참가했던 신수지는 “다이어트 스트레스가 극심해 대회만 끝나면 매운 떡볶이나 단맛이 나는 디저트를 잔뜩 먹곤 한다”고 말했다.

 체중을 줄일 필요가 없는 최중량급도 식단에 신경 쓴다. 여자 역도 최중량급(75㎏ 이상)의 장미란(27·고양시청)은 최상의 컨디션일 때 체중이 116㎏ 정도다. 하지만 그동안 체중이 잘 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다. 태릉선수촌 영양사가 일부러 기름진 고칼로리 야식을 따로 준비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장미란은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는 체중 스트레스를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장미란은 기름진 야식 대신 과일 야식을 달라고 주문했고, 오히려 고칼로리 음식보다 위장에 부담이 적어 다음 날 오전 훈련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한다.

 장미란이 대회 직전 즐겨 먹는 음식은 곰탕이다. 고교 때 부모님이 원주에서 곰탕집을 해서 가장 익숙한 음식이다. 장용섭 책임주방장은 “곰탕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좋은 음식”이라고 말했다. 식사 후에는 별도로 에너지바 등 고열량식을 챙겨 먹는다.

 
선수촌 밥 맛 없어 한식 도시락 시켜 먹기도

 사격과 양궁은 체중 조절을 할 필요가 없다. 대신 그 어느 종목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다. 스트레스 때문에 살이 빠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에게 태릉선수촌 뷔페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도록 권장한다. 밥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훈련 때 먹던 것과 비슷한 밥을 먹으면서 실전에서 정신적인 안정을 찾는 게 ‘금메달 전략’이기도 하다.

 대한체육회가 올림픽 현지에 한식조리사를 파견할 때 가장 신경 쓰는 종목 역시 사격과 양궁이다. ‘효자종목’ 양궁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훈련장까지 한식 도시락을 배달받아 먹었다. 태릉선수촌 영양사가 직접 조리한 도시락이었다.

 사격 대표 진종오(33·KT)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스트레스 때문에 밥을 못 먹은 데다 식도염까지 생겼다. 이번 런던 올림픽 대표선발전 때도 밥이 안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근육이 빠지면 총이 많이 흔들리기 때문에 고칼로리 음식을 먹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사격 대표팀은 사격 경기가 열리는 영국 왕립 포병대 기지 인근의 선수촌에 입촌했다. 이곳의 음식이 기대 이하라는 ‘SOS 신호’에 브루넬대의 한국 훈련캠프에서 한식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이 도시락에는 쌀밥과 함께 매콤한 돼지고기볶음·갈비구이·장조림까지 다양한 고기 요리가 있고 여기에 달걀말이·햄·멸치볶음·김치와 쌈장까지 여러 가지 반찬이 들어 있다. 진종오는 “올림픽에 세 번째 참가하는데 선수촌 밥이 맛없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도시락 덕분에 제대로 밥을 먹고 있다”고 했다.

 전 종목을 통틀어 선수촌 음식을 가장 많이 먹는 이들은 구기종목 선수다. 한정숙 태릉선수촌 영양사는 “구기종목의 경우 하루 8000㎉ 정도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일반 성인 남자의 1일 권장열량이 2500㎉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남녀 핸드볼, 남녀 하키가 구기종목 대표 대식가들이다. 여자 하키팀은 그동안 태릉선수촌에서 한 끼에 10개 이상의 메뉴를 먹었다. 영양밥·메밀국수·바비큐치킨·양갈비스테이크·해물볶음면·칵테일새우·프렌치어니언링·감자튀김·샐러드·미숫가루·모둠빵 등이다. 여기에 후식으로는 과일과 팥빙수·우유·주스를 먹었다.

 구기종목은 올림픽 때마다 시내 한국식당에서 자유롭게 외부 회식을 즐기곤 했다. 그러나 최근 도핑 검사가 철저해지면서 외부 회식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중국산 돼지고기에 성장촉진 약물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어 음식으로 인한 도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경 기자

대식가 펠프스 먹어도 살 안 찌는 이유

하루 10시간 연습벌레, 섭취 열량 거의 소비
키 1m93㎝, 몸무게 83㎏, 체지방률 4% 불과

금메달 14개, 동메달 2개. 미국의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27)가 두 번의 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 개수다. 7개 종목에 출전하는 런던 올림픽에서 3개의 메달만 더 획득한다면 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이러한 펠프스의 대기록은 지독한 연습에서 나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8관왕에 오른 뒤 미국 방송 NBC와의 인터뷰에서도 펠프스는 8관왕의 비결을 “먹고 자고 수영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특별한 취미도 없이 물속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훈련하는 펠프스를 지탱하는 힘은 엄청난 식사량에 있다. 펠프스가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은 1만2000㎉. 일반 성인 남성의 1일 권장량인 2000㎉의 여섯 배에 해당한다. 하루 식단을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아침을 잘 먹으면 하루가 든든하다’는 말은 펠프스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침은 계란프라이가 들어간 두툼한 샌드위치 3개로 시작한다. 샌드위치 안에는 치즈·양상추·토마토·양파튀김·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가 있다. 이어 계란 5개로 만든 오믈렛을 먹고 곡식을 주성분으로 한 오트밀을 우유에 말아 먹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초콜릿 팬케이크 세 조각, 설탕으로 범벅이 된 토스트 세 장, 커피 두 잔을 마셔야 비로소 아침식사가 끝난다.

 거대한 아침 메뉴에 비해 점심은 비교적 간단하다. 펠프스는 파스타와 햄치즈 샌드위치, 1000㎉ 이상 함유된 에너지음료로 끼니를 해결한다.

 고된 훈련으로 소비된 칼로리를 보충하기 위해 든든한 저녁식사는 필수다. 라지 사이즈 피자 한 판과 수북이 쌓인 파스타 한 접시로 허기를 달랜다.

 성인 남성 여섯 배의 칼로리를 섭취함에도 펠프스는 1m93㎝의 키에 몸무게는 83㎏이고, 체지방률은 4%대에 불과하다. 축구선수들의 평균 체지방률은 7%이고, 일반 성인 남성은 15~20%이다. 그만큼 기초대사량이 많고 연습을 통해 소비하는 열량도 많다는 의미다.

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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