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8월 국회 열려면 박지원 체포동의부터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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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때문에 방탄국회가 열릴 모양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4일 “7월 임시국회 종료 바로 다음 날인 8월 4일부터 곧바로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분은 “처리할 일이 많다”는 이유다. 하지만 사실상 박지원 원내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박지원 대표는 저축은행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지 오래다. 지금까지 박 대표는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검찰의 수사를 거부해 왔다. 검찰은 두 차례 소환장을 무시해 온 박 대표에 대해 한번 더 소환통보를 할 예정이다. 소환통보만 거듭하는 것은 강제 구인이 어려워서다. 회기 중일 경우 국회의원 체포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야권이 뭉쳐 반대할 경우 국회의 체포 동의를 받기는 어렵다. 그래서 민주당은 박 대표의 체포를 막기 위해 회기를 계속 연장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회 업무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싶다면 먼저 박 대표에 대한 체포에 동의해 주면 된다. 그럴 경우 방탄국회란 의심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다. 체포에 동의하고 임시국회를 열어 국정에 임한다면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정치활동 자유와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정치인의 부정과 비리를 감싸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비리 정치인을 감싸기 위해 불체포특권이 악용돼 온 점은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은 지난달 국회 개혁 방안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했다. 그런데 정작 박 대표가 비리 혐의로 체포 대상이 되자 약속을 팽개치고 방탄국회를 꾀하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리를 감싸고 법 집행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는가.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해 한창 진행 중인 예비경선에서 8명의 후보가 아무리 좋은 말을 쏟아내더라도 누가 믿어주겠는가. 민주당은 말보다 행동으로 집권 능력이 있음을 인정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