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 합병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입력

11일 새벽 서울 역삼동 라마다르네상스호텔 21층.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답답한 듯 연신 물을 들이켰다.

12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앞두고 국민.주택은행 합병을 타결하려는 李금감위원장은 초조했다.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수시로 실무진들이 자리한 19층을 오가면서 종전 입장을 반복할 뿐이었다.

李위원장과 두 은행장은 10일 오후 6시30분부터 10시간 가까이 배석자도 없이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오전 4시쯤 소득없이 헤어졌다. 9일에 이어 이틀째 3자가 심야 회동해 합의점을 모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11일 오전 10시. 국민은행 김유환 상무는 기자회견을 열어 주택은행이 합병추진위원회의 의결사항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던 주택은행은 뚜렷한 이유없이 회견을 거부했다.

◇ 합추위 합의서 놓고 갈등=합병추진위원인 김유환 상무는 보안을 지키기로 한 합병추진위원회의 합의서까지 공개하며 주택은행을 강력 비난했다. 존속법인을 국민은행으로,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비율을 1대 1.6 내외로 하기로 돼 있는 합의서에는 주택은행 김영일 부행장과 최운열 사외이사가 서명했다.

金상무는 "지난달 28일 합추위원 6명 전원이 참석, 4명의 찬성으로 합의문이 의결됐고 당시 주택은행 대표들이 서명까지 했는데도 주택은행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 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택은행이 합의사항에 대해
▶실사 결과 양해각서 상 합병비율(체결 전날 주가)을 조정할 수 있는 '현저한 차이' 가 드러나지 않았고
▶국민카드의 자산가치를 너무 많이 반영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이의를 제기했으며, 이에 대해 지난 4일 합추위의 재심 결과 원안대로 하기로 결정했으므로 합의문대로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영일 주택은행 부행장은 "우리 은행은 합추위의 합의문을 받아들일 수 없어 이의를 제기했고 현재 양 은행장간 대화를 통해 조정 중" 이라며 "합추위는 은행 이사회 위에 있는 의사결정 기구가 아니므로 양 은행간 완전한 합의없이 표결로 처리할 수 없다" 고 반박했다.

◇ 협상의 핵심은 통합은행장=두 은행은 겉으로는 합병비율과 존속법인 문제를 놓고 씨름하는 것 같지만 실제 핵심은 통합은행장을 누가 맡느냐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은행장을 이번에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존속법인의 은행장이 통합은행장에 한발 다가서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이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팽팽하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주식 시가총액이 크고 국민은행이 존속법인이 될 경우 청산과정에서 6백억원 정도의 법인세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택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측이 김정태 행장이 통합은행장이 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 협상 전망=李금감위원장은 "11일 심야 회동으로 문제의 핵심에 가까워지고 있다" 며 합병이 결렬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최범수 합추위 간사도 "두 은행 어느 쪽도 판을 깨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며 "이번 합병이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두 은행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합의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은 12일 만날 계획을 잡지 않아 타결까진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정철근.김원배 기자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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