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햄버거 줘라" 포장디자인도 직접…파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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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김정은식 ‘마이웨이’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28세 청년 통치자가 최근 보여준 행보엔 ‘실용’ 색채가 조금씩 짙어지고 있다. 아버지 김정일은 1994년 권력을 승계한 뒤 “나의 사상은 붉다. 나에게서 변화를 기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지난 4월 첫 공개연설에서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변화의 첫 걸음은 경제개혁이다. 익명을 원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 “경제개혁엔 기업들에 자율권을 확대하고 대외개방도 단행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도 “해외(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했던 김정은이 북한의 경제 시스템으로는 경제회생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이런 움직임은 임금 인센티브, 기업 자율권 부분 인정 등을 골자로 한 경제관리개선조치(7·1 조치)가 나온 지 꼭 10년 만이다. 당국자는 “생산물 처분권을 각 공장·기업·협동농장에 주고 국가는 시장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하자는 것”이라며 “북한은 올 초부터 경공업·중공업·협동농장에서 시범 단위를 정해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엔 국가가 생산목표를 정하고 초과분에 한해 처분권을 허용했었다. 당국자는 “시범운용이 성과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르면 10월께 전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올 초부터 김정은의 행보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햄버거를 공급하라며 자신이 직접 포장 디자인도 평가했다. 놀이공원인 만경대 유희장에 들러 “관리실태가 한심하다”며 허리를 굽혀 풀을 뽑았다. 나무심기 행사에서는 “삽질 흉내만 내는 건 형식주의”라며 직접 물을 붓고 흙을 북돋워주며 구두에 흙을 잔뜩 묻히기도 했다. 김정일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경제개혁이 성과를 내면 대외 개방 쪽으로도 조심스레 보폭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국자는 “북한이 이집트 오라스콤 등의 북한 내 휴대전화 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개방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개방 수위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도 있다. 식량·달러·에너지 부족 등 ‘3난(難)’으로 상징되는 만신창이 북한 경제가 제일 큰 걸림돌이다. 후계자 시절에 야심차게 준비했던 화폐개혁은 실패했다. 군부 등 강경파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 15일 이영호 총참모장을 해임한 것도 김정은식 변화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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