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싱가포르 모델 도입설 … 외자유치 나설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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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의 개혁·개방이 어디까지 보폭을 넓힐지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전면적인 형태로 나갈 것이란 기대도 있고, 북한 체제의 폐쇄적인 특성상 한계가 있거나 아예 ‘자력갱생’을 고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개혁·개방 가능성을 높게 보는 쪽은 김정일 시대와 다른 차원의 파격적 조치를 예상한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24일 “북한이 싱가포르식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도입하려 한다는 얘기를 최근 북측 인사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1980년대 중반 외국자본 우선의 산업정책과 기술집약형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를 벌여 고도 성장을 일궈냈다. 북한도 내부적인 경제관리 개선 차원을 넘어 투자 유치를 위해 문을 열어젖힐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에는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보적인 전망도 만만찮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이 아직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립서비스 수준의 경제구호에 머물고 있다”며 “식량 부족 등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제대로 된 개혁 조치를 내놓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당국도 아직 본격적인 개혁·개방에 나서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10년 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도 결국 원자재·물품의 공급 부족으로 인해 생산·유통망이 붕괴되면서 실패했다”며 “남북 경협이나 대북지원 확보 같은 요소를 도외시한 채 경제개혁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개혁·개방에 나서기에 앞서 상당 기간 북한 경제의 체질 개선에 주력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지금과 같은 낙후된 경제 상황에서는 외자 유치나 경제개혁이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남한에 새 정부가 들어설 내년을 겨냥해 내실을 다지는 차원에 머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잇따른 ‘북한 경제개혁설’이 일정 기간의 현장 실험을 거쳐 내년 초 시행 쪽으로 가닥이 잡히느냐가 주목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엇갈린 관측 속에서도 김정은 체제가 생존 전략 차원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개혁 제스처를 보이는 건 불가피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는 편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미 관계 개선이나 중국의 후견 역할 확보 차원에서 제한적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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