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팔도 안 올라간다더니 … 일본 타자 둘 삼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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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도 배 나온 사람이 있나? 허허.”

 야구 원로 김응용(71) 전 삼성 감독이 해태 시절 제자인 김성한(54) 전 KIA 감독의 배를 보며 잔소리를 했다. 20년 전만 해도 불룩한 배를 내밀고 심판들과 몸싸움했던 김응용 전 감독은 노인이 된 요즘 살이 많이 빠졌다. 대신 살이 찐 후배를 골렸다.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매치 더그아웃의 풍경이다.

 한국과 일본의 야구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라운드를 떠나 감독·코치로, 해설위원으로 활약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다. 게다가 이날 경기는 ‘한·일전’이다. 경기 전 김인식(65)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모아 “일본과 하는 거잖아. 다른 말 더 필요 없지?”라고 했다.

 한국 선발은 선동열(49) KIA 감독. 1999년 일본 주니치에서 은퇴한 뒤 13년이 지났지만 직구 최고구속이 128㎞나 나왔다. 1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1개씩 내줬지만 무실점했다. 1사 1·2루에서 4번 기요하라 가즈히로와 5번 무라카미 다카유키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경기 전 “팔도 안 올라간다”던 선 감독은 마운드에 서자 온 힘을 다해 던졌다. 일본 선발은 선동열과 구원왕을 다퉜던 사사키 사즈히로(44)였다. “선동열에게 지지 않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고전했다. 1번 이종범(42·전 KIA)이 중전안타를 때린 뒤 전준호(43·NC 코치)의 우전안타 때 3루까지 질주했다. 이종범은 3번 양준혁(43·전 삼성)의 2루 땅볼 때 선취득점을 올렸다. 은퇴한 지 얼마 안 된 선수들을 1~3번 타순에 전진배치한 김인식 감독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결국 한국은 ‘비교적 젊은’ 선수들의 활약 속에 5-0으로 완승했다.

 ◆일본 선수회, WBC 불참 결의=내년 3월 대만에서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한·일전을 못 볼 수도 있다. 일본프로야구선수회가 20일 오사카에서 열린 임시대회에서 WBC 불참을 만장일치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선수회는 “참가국에 당연히 주어져야 할 스폰서 계약 체결 권리, 대표팀 관련 상품에 대한 라이선스 권리 등이 인정되지 않는 현재의 참가 조건을 주최측(WBCinc)이 변경하지 않는 한 WBC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1회와 2회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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