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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아이돌의 품격, ‘신화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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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신화 오빠들, 안녕하세요. 사실 오빠라 부르기 민망한 나이입니다만, 그냥 그렇게 하렵니다. ‘오빠’라는 호칭의 남발이야말로 아이돌 팬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니겠어요?

 JTBC에서 매주 토요일 밤 10시55분 방송하는 ‘신화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 오빠들의 마지막 공연이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10주년 콘서트에 달려갔던 때를 생각하면 오빠들의 건재를 알리는 이 방송의 시작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1998년 봄 오빠들이 ‘으쌰으쌰’ 하며 데뷔했을 때만 해도 이 6명의 남자가 14년간을 살아남아 ‘조상 아이돌’에 등극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질곡 많은 한국 연예계에서 소속사를 옮기고 각종 사건사고를 겪으며 국내 최장수 아이돌로 남아준 것, 참 감사해요.

‘신화’의 여섯 멤버들. 앤디·동완·혜성·민우·에릭·전진(왼쪽부터 시계방향).

 ‘신화방송’에서 작정한 듯 망가지는 모습도 환영합니다. 동완 오빠의 늘어나는 주름? 괜찮아요. 가끔 ‘샤이니’ 같은 후배들을 초청해 안구를 정화시켜주시면 돼요. 막춤과 여장(女裝)? 오케이입니다. 한때 일사불란한 ‘의자춤’으로 카리스마의 최고봉을 찍은 오빠들이지만, ‘샬랄라 치마’를 입은 에릭 오빠도 예쁘니까요. 멤버들 간의 스킨십? 권장합니다. 멤버들에게 ‘백허그’를 일삼는 혜성 오빠나 뽀뽀를 난사하는 민우 오빠, 보기 좋습니다. 멤버끼리 커플 짓기 놀이는 아이돌 ‘팬질’의 최대 재미니까요.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아이돌은 아이돌, 팬들의 환상을 먹고 사는 존재잖아요. 참아주셔야 할 것도 있습니다. 바로 생리현상이죠. 지난달 25일 방송된 ‘엠티의 신’에서 단체로 엉덩이를 두드리며 뿡뿡 ‘방귀 체조’를 하는 오빠들을 보며, 겉으론 웃었지만 맘으로는 통곡했습니다. 아이돌과 방귀라뇨? 상상하기 싫습니다. 거기에 “화장실 가고 싶어졌다”는 대사까지. 산전수전 함께 겪은 팬들이지만, 우리에게도 최소한의 환상은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연애문제. 맘껏 하시되 부디 비밀로 해주세요. 오빠들이 ‘롤모델’이라고 여러 번 밝혔던 일본의 20년차 아이돌 ‘스맙(SMAP)’을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기무라 다쿠야 오빠는 이미 결혼해 딸이 둘이나 있는 유부남이지만, 방송에서는 아내와 아이들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습니다. 아이돌의 얼굴에 가장의 피곤함이 겹쳐지는 순간 오빠는 어느덧 이웃집 아저씨가 되어버리니까요.

 아이돌은 망가짐에도 원칙이 필요하다는 생각, 주제 넘지만 해봤습니다. 부디 ‘아이돌의 품격’을 지키면서 신화 데뷔 20주년·30주년을 맞는 그날까지 우리 함께 늙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