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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간 ‘공부의 신’ 형제, 사회적 기업 세워 ‘공부 한류’ 전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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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달 초 한국을 찾은 인도네시아 ‘마하멘토’의 공동 창립자 강성영씨(왼쪽)와 마리아 안깃(가운데), 오른쪽은 ‘공부의 신’ 창립자인 형 강성태씨다.

인도네시아의 고교 1학년생 기오 미란자는 아버지의 작은 식당만 믿고 살던 아이였다. 평소 ‘공부하라’고 하면 “나는 식당을 물려받을 거라 공부가 필요없다”고 대꾸했다. 이런 기오가 최근 달라졌다. 대학생인 안깃 누나에게 꿈 멘토링을 받으면서다. ‘태국 미식학교에 진학해 아시안 퓨전을 개척하는 최고의 셰프가 되겠다’는 꿈을 세웠다. 이 꿈은 ‘드림 캡슐’에 저장해 학교 운동장에 묻었다. 이젠 입시에 필요한 수학공부도 열심이다.

 인도네시아에 공부 한류, 아니 꿈 한류가 불고 있다. 돌풍의 주역은 6년 전 본지 보도(2006년 9월 1일자)로 유명해진 강성태(29)·성영(25) 형제다. 이들은 명문대생이 고교생에게 무료로 멘토링을 해주는 사회적 기업 ‘공부의 신(工神)·www.gongsin.com)’을 세웠다.

 이를 인도네시아로 옮기는 씨앗은 동생 성영씨가 뿌렸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재학 중인 성영씨는 2010년 군복무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자원, 인도네시아의 중부 도시 마글랭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모든 학생들이 꿈을 찾아가는 가능성을 세계 4위 인구대국에서 보고 싶다”는 포부였다.

 공신이 서울대 수재들로 출발했듯, 성영씨는 인도네시아 최고 대학 가자마다대에서 최우수 학생들을 섭외했다. 가자마다대 MBA과정의 마리아 안깃(26) 등 현지 대학생 세 사람과 함께 지난해 5월 ‘마하멘토(mahamentor)’를 공동 설립했다. 인도네시아판 ‘공부의 신’이다. 마하는 현지어로 ‘전능한 신’을 뜻한다.

 성영씨는 현지 대학생 멘토들에게 멘토링 기법을 전수했다. 또 지역 학교를 직접 찾아 학생들을 만나고 학교장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짰다. 1년 만에 마하멘토의 대학생 멘토는 435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현재 50개 고교 1만5000명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해준다. 참여 도시도 자카르타, 솔로 등 7개로 늘었다. 현지 일간지에 20회, 방송에도 3회나 소개됐다.

 마하멘토 공동 설립자 안깃은 “인도네시아는 섬만 1만7000개에 달하는데 대부분 지역에 교육 서비스가 부족해 가난이 대물림된다”며 “농부, 경찰, 군인 이외의 직업을 알지 못하던 아이들이 다른 가능성을 듣고선 충격을 받곤 한다”고 전했다. 안깃은 특히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나온 타임캡슐로 꿈을 이루는 방법을 설명해주면 성공률은 90% 이상”이라고 영화 한류의 위력도 전했다. 성영씨는 “우리나라 초·중·고교가 1만1000개인데, 인도네시아는 고교만 현재 1만3000개”라며 “매년 500개씩 새로 생겨 발전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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