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심 마구잡이 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1978년 도입한 도심재개발기본계획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개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용적률.높이.층수 등에 대한 규제를 상대적으로 강화했지만 재개발구역 지정이 허술해 건축주들이 일반건축이라는 '편법' 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들쭉날쭉하고 교통난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문 M상가의 경우 '기본계획' 을 적용하면 최고 14층까지 지을 수 있으나 일반건축물 허가를 받아 20층까지 건물을 올렸다. 36층인 동대문 D상가나 현재 건축 중인 종로구 인의동 K은행 건물(36층)도 기본계획에 따르면 20층을 넘을 수 없다.
특히 이처럼 지어진 건물이 동대문 일대에 집중돼 교통체증을 부추기고 있다. 대부분 판매 시설인 이 건물들은 업무시설에 비해 교통 유발량이 다섯배 가량 많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서울시가 재개발구역으로 구체적으로 지정한 지역에 대해서만 규제가 엄한 '도심재개발 기본계획' 을 강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축주들은 사실상 도심 재개발 사업인데도 용적률이 높은 일반 건축물로 허가를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도심에 주변을 고려하지 않은 '나홀로 빌딩' 이 들어서면 인근 재개발구역에서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전체 스카이라인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2일 각 구청에 "도심재개발 기본계획의 대상이 되는 지역에서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이 안됐다 하더라도 기본계획에 의한 건축 기준을 준용하라" 고 지시했다. 시는 앞으로 고층 건물의 건축심의 과정을 통해 이런 건물을 걸러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 구청 관계자는 "용적률 강화만으로도 건축주들이 반발하는데 재개발 기본계획까지 강제하면 민원 소지가 크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재개발 기본계획은 도심 관리의 기본틀이라 할 수 있는 만큼 이 기준을 도심 전지역에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법 정비를 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filic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