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맞수는 우리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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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자와 최고 기술책임자(CTO), 부회장 가운데 어떤 직책으로 불릴 때가 좋으냐고 물었더니 “설립자는 자부심을 갖게 해 주고, CTO는 가장 즐겁게 만들어주며, 부회장은 어깨를 가장 무겁게 만들어준다”고 대답했다.

“인텔이란 공룡과 대적할 수 있는 업체는 우리뿐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두세 시간만에 노트북을 닫았고, 나는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노트북으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린 성능과 가격으로 경쟁했던 인텔-AMD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쟁 구도를 만들 겁니다.”

초절전형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생산하는 트랜스메타(Transmeta)의 설립자이자 최고 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인 데이비드 디첼(David R. Ditzel)이 13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트랜스메타는 작년 11월 약세가 지속됐던 나스닥에 예상보다 두 배 가까운 공모가로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쳤던 벤처기업. 3월 12일 현재 시가 총액은 20억3천만달러로, 이미 미국에선 인텔의 유력한 경쟁자로 평가받고 있다.

주력 제품인 크루소(Crusoe)는 필립스나 게이트웨이(Gateway)의 터치 스크린이나 인터넷 연결 기기, 일본의 소니, 후지쯔, 히타치, NEC, 카시오 등에서 생산하는 초소형 노트북에 이미 장착됐으며, 2001년 CES(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 최고상 수상 등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소비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기만 한 회사다. 그는 “우선 전반적으로 홍보를 통해 소비자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한국의 메이저 PC 제조업체들이 우리 칩이 장착된 노트북을 생산하도록 협력하기 위해 왔다”고 말한다.

트랜스메타가 한국에 진출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세계 제1의 DDR D램 생산국인 점, LCD 패널의 최대 생산국인 점, 노트북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춘 점, 초경량 노트북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미래형 컴퓨터를 만들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데스크톱 PC는 끝났습니다. 미래는 포스트PC의 것인데, 중심은 역시 모바일 또는 무선 분야입니다.”

AT&T 벨 연구소,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등 25년 동안 컴퓨터 디자인 분야에 종사하면서 관련 기술 논문만 30권 이상 발표했던 그가 지난 95년 트랜스메타를 창업한 데는 PC의 미래가 모바일로 갈 것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확신 때문이었다. 더불어 개인들의 컴퓨팅 파워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할 만큼 PC가 고성능화 됐다는 판단이 있었다. 속도 등 성능이 문제가 아니라 생활이나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활용 범위에 혁신을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크루소는 초소형 노트북 컴퓨터와 인터넷 연결기기에 적합하게 설계된 마이크로프로세서. 무엇보다 초절전이 가능하며 칩에서 발생하는 열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한 번 배터리를 충전하면 하루종일 사용할 수 있는 1㎏ 무게의 초경량 노트북 컴퓨터와 웹 패드 제작이 가능해졌다. 당연히 PC 소음의 주범인 냉각 팬도 없앨 수 있다.

크루소 칩이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비밀은 기존의 칩이 1백% 하드웨어인 것과 달리 25%만이 하드웨어라는 점에 있다. 나머지 75%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컨트롤한다. 자동차의 최고 속력이 있지만 자동변속기에 의해 속도가 조절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최근의 나스닥 폭락과 세계 증시의 공황 상태에 대해 물었더니, “비행기에 있어서 몰랐다. 하지만 심리적인 원인이 대부분”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자신만이 갖고 있는 자료와 확신에 의한 것이라며, 시장의 공급 과잉을 암시하기도 했다.

허정환 기자(nadatodo@joongang.co.kr)
자료제공 : i-Weekly(http://www.i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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