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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페셜〉'수학괴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MBC스페셜〉이 한국인의 수학 과목 기피증을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제목은 '수학괴담'. 학창 시절 배웠던 여러 과목 가운데 수학만큼 사람들의 호불호(好不好)가 뚜렷한 과목도 없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은 '불호(不好)'쪽으로 기운다.

일선 학교의 수학 교사들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는 30%, 중학교에서는 50%, 고등학교에서는 70%의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한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과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참여한 '수학ㆍ 과학 성취도 국제비교 반복 연구(1999)'에서 우리나라가 수학성취도 부문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차지한 것. 반면 수학에 대한 긍정적 태도에선 일본에 이어 꼴찌였다.

제작진은 한 초등학교 4학년 수학 수업 현장을 찾았다.

이 학교에서는 95%이상의 학생들이 수학을 위해 학습지나 학원, 과외를 하고 있었고, 방학 중 선행 학습을 통해 이미 1학기 수업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아이들은 수학 시간이 지겹게 느껴질 수밖에 없고, '찍기'를 '강요'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 방식때문에 원리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계산과 반복 중심의 학습지식 공부에 젖어 있었다.

그렇다면 수학이 인생을 사는 데 꼭 필요한 걸까. 〈MBC스페셜〉은 축구공 속에 숨은 수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축구공을 굳이 12개의 정오각형과 20개의 정육각형 가죽 조각으로 만든 이유는 뭘까. 가장 단단한 탄소 화합물이라 알려진 '플러렌 구조'가 축구공에 응용됐기 때문이다.

또 우리 나라 경찰청에서 범인 색출에 이용되는 지문 감식 프로그램에는 수학의'잔물결 이론'이,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는 '수열이론'이 사용됐다.

한편, 제작진은 우리 역사 속 곳곳에 등장하는 각종 사건, 사고들의 원인을 '수학적 사고의 부재(不在)'에서 찾는다.

지난 1956년 이승만 대통령 집권 당시 '사사오입 개헌안 통과'는 '물건이나 사람의 개수는 자연수'라는 가장 기초적인 수학원리를 무시했던 대표적 사례. 그 이후 이어지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우리 나라 정치에 팽배한 '감(感)의 정치'까지 모두 '수학적 사고' 없는 한국 사회의 발자취라 해석한다.

가깝게는 기초적인 전술, 전략 없이 이기는 방법부터 배웠던 한국 축구의 모습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제작진의 분석. 장덕수 책임프로듀서는 "'수학은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수학에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수학에 관한 모든 것을 흥미롭게 담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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