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사장으로 변신한 우편 배달원

중앙일보

입력

"우리 고장의 길이란 길은 모두 발로 누비고 다녀 내 손금 보듯 알고 있죠. 이를 인터넷에 띄워 외지인들에게 자상한 길 안내자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지리정보시스템 벤처기업인 한용정보기술 오복표(吳福標.47)대표. 吳씨는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우편 배달원이었다. 육남매의 맏형으로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고교 졸업 후 정읍시 감곡면우체국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 24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소포를 전해왔다.

집배원 생활 중 가장 힘든 것은 지리 파악이었다. 전임자가 가르쳐준 크고 작은 길을 종이에 그려가며 밤새워 공부해도 길과 지번.거주자 등을 제대로 익히는 데 6개월도 더 걸렸다. 하지만 바로 이런 고충이 그를 창업으로 이끌었다.

게다가 10년전 초등학생이던 아들에게 컴퓨터를 사주면서 자신도 독학으로 배워 프로그램을 짤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98년에는 집배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에 출품해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런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초 퇴직금을 털어 창업한 뒤 네명의 직원과 함께 3개월간 밤샘작업을 한 끝에 전주지역 국도.지방도는 물론 작은 마을 안길.지번까지 상세히 수록된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했다.

吳씨는 이 프로그램이 전주국제영화제와 2002년 월드컵 등 앞으로 전주에서 펼쳐질 굵직한 행사에 참여할 내.외국인 방문객들에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라잡이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

吳씨는 "현장을 발로 뛰는 집배원들이 퇴직 후 경험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다" 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벤처기업을 육성한다고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 도움을 주는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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