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러가 서해에서 군사훈련 한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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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과 러시아가 오는 9월 사상 처음으로 서해상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중대한 의미가 있다. 1996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은 후 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해 온 양국이 이제는 한반도에 인접한 서해에서 최첨단 무기를 동원, 육해공 입체훈련을 벌이는 단계까지 왔기 때문이다.

이번 훈련은 미.일 동맹의 강화에 대한 대응이다. 지난 2월 미.일은 대만을 양국의 '공동 안보 우려 사항'으로 규정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신 안보선언'을 천명했다. 여기에 우려를 느낀 중국과 북방 4개 섬을 놓고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이는 러시아 간의 안보 이해가 일치한 것이다.

그러나 중.러의 대규모 군사훈련은 미.일의 상응한 조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특히 훈련장소가 서해라는 점이 그렇다. 서해는 주한.주일 미군의 주요 작전권역이다. 중국도 대만해협 위기 때는 물론 태평양 진입이라는 국익을 위해선 이 지역을 미군의 앞마당으로 내버려 둘 수 없다. 양국 간 긴장 고조 시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지역이 서해인 것이다.

이런 민감한 지역에서 미.일과 중.러가 세력대결을 벌이는 것은 우리 안보에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 근해에서 강대국이 연합해 무력시위를 하는 것 자체가 안보위협이다.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분쟁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방 3각 외교니, 북방 3각 외교니 다분히 개념적인 문제를 갖고 토론하는 우리는 너무나 순진하다. 4강의 파워들이 한반도 주변에서 직접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데 누구를 파트너로 잡을까 머릿속 구상만 한다면 우리는 어느 손에 의해 요리될지 모른다. 주변 정세가 이렇게 급변할 때 어떤 동맹관계를 갖는 것이 우리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인지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우리의 국력은 외면한 채 환상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외교.통일부 장관이 잇따라 "한.미 동맹이 안보정책의 기본 축"이라고 말했다. 정답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