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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협진 통합진료, 최적화한 맞춤치료로 생존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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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두경부암센터 통합진료팀 의료진이 두경부암 환자를 완치시킬 수 있는 최적의 치료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암=사망’ 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불치로 여겨졌던 암을 완치하고 건강한 삶을 이어가는 환자가 늘고 있어서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의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은 62.0%에 이른다(2005~2009년). 미국과 비슷하다. 암을 난치병이 아닌 만성병으로 부르는 이유다. 이 같은 암치료 성적표는 우수한 의료진·통합진료·첨단장비·표적항암제 등 네 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다. 한 명의 암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 암 전문병원(센터)을 소개한다. 또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없애는 표적항암제에 대해 알아보자.

6월 말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통합진료실. 호흡기내과·영상의학과·흉부외과·방사선종양학과·종양내과 전문의 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폐암 환자의 검사 결과를 놓고 치료 방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최창민 교수(호흡기내과)가 “다양한 영상검사 결과, 림프절로 전이된 폐암”이라고 설명했다. 김동관 교수(흉부외과)는 “이미 많이 전이돼 수술이 힘들다”고 의견을 밝혔다. 송시열 교수(방사선종양학과)도 “암의 발생 범위가 넓어 방사선 치료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약 15분 뒤 5명의 교수들은 CT(컴퓨터단층촬영)를 다시 시행한 후 항암치료를 시작하는데 동의했다. 환자와 보호자가 통합진료실로 들어왔다. 채은진 교수(영상의학과)는 의료진을 일일이 소개한 후 논의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수술이 힘들다고 하자 환자는 당혹해 했다. 이대호 교수(종양내과)가 “수술은 어렵지만 다른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으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안심시켰다. 암세포만 없애는 표적항암제로 치료받은 환자는 암 크기가 크게 줄었다.

◆국내 첫 통합진료시스템 도입=서울아산병원 암센터의 암 수술 건수는 국내 최고다. 10대 암 중 9대 암 수술 실적이 1위다. 총 수술 건수가 2010년 1만5903건, 2011년 1만7579건이다. 외래진료를 받은 암환자도 2010년 60만4324명, 2011년 64만4350명에 이른다. 수술건수는 치료성적의 바로미터다. 수술 경험이 많으면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이 적다는 건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논문에서도 밝혀졌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의 치료성적 바탕에는 ‘통합진료 시스템’이 있다. 암센터 유창식 진료1부장(대장암센터장)은 “한 명의 암환자를 위해 최고 의료진 5~6명이 모여 최선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게 통합진료”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부분 병원의 암환자는 내과→외과→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 등 각각의 진료과를 전전하며 치료받는다. 길게는 1개월 이상 걸린다. 암 환자의 불안감은 점차 커진다.

 선진국형 암치료 프로그램인 통합진료시스템은 다르다. 환자는 통합진료실에서 내과(진단)·외과(수술)·종양내과(항암제치료)·방사선종양학과(방사선치료)·영상의학과(판독 및 치료) 전문의를 한자리에서 만난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해 최적의 맞춤 치료계획을 세운다. 진단부터 치료까지 기간이 2~3주로 짧다.

 유 진료1부장은 “설문결과 신속한 치료 결정으로 암 환자의 98%가 만족했다”며 “처음 세워진 치료법의 약 30%가 통합진료를 거치면서 바뀐다”고 말했다.

 통합진료시스템은 암환자의 15~20%에 적용된다. 대상은 암이 재발했거나 다른 곳으로 전이된 환자다. 유 진료1부장은 “이 같은 환자에겐 정해진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료 후 평생 건강관리까지=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치료 전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도 공을 들인다. 최근 스트레스·암성 통증·암 재활·암 평생관리 클리닉을 오픈했다.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의술이 발전하며 암환자의 생존율이 늘자 치료와 관련된 부작용도 함께 증가했다”고 말했다.

 2011년 6월 서울아산병원이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9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30% 이상이 과도한 스트레스·우울증·불안증을 호소했다. 암성 통증은 말기암뿐 아니라 방사선·항암치료, 수술 후에도 나타난다.

 이 교수는 “암환자의 스트레스는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각해 정신종양으로도 불린다”며 “상담과 항우울제로 심리를 안정시켜 치료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게 돕는다”고 설명했다.

 암 재활 클리닉은 암환자의 치료 후 신체기능을 회복시킨다. 폐암 수술 후 호흡기능이 떨어지거나 후두암 치료 후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재활을 돕는다.

 평생관리 클리닉에선 암 치료를 마친 환자를 대상으로 암의 재발이나 2차암(전혀 새로운 암)이 발생하지 않게 관리한다. 이 교수는 “폐암 환자의 경우 3~5%는 두경부암에 걸린다. 암 치료 후 3~5년간 환자를 추적해 조기 치료를 돕는다”고 덧붙였다.

◆“유전자 분석한 한국형 맞춤치료 도입”=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환자 중심의 맞춤치료를 제공한다. 특히 암환자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표적항암제 분야에서 새로운 맞춤치료법을 도입하고 있다. 암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해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2011년 6월 세계 최고 수준의 유전자 정보 분석기술을 보유한 미국 하버드의대 다나파버 암연구소와 협약을 맺었다. 서울아산병원은 혈액, 조직검사로 DNA를 분석해 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내는 ‘온코맵(Oncomap)’ 기술을 이전 받는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최은경 교수는 “이 기술로 수술·항암제·방사선 중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며 “특히 암만 골라서 죽이는 표적항암제와 궁합이 맞는 환자를 찾아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암제에 따른 부작용과 의료비용도 감소한다. 온코맵은 약 1년 뒤 환자에 적용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한국형 온코맵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암의 방사선 치료분야에서도 맞춤치료를 이끈다. MD엔더슨 암센터·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MSK) 암센터 등 세계적인 암센터에서만 가동 중인 4차원 입체 방사선 치료기 ‘트루빔’을 올해 3월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아시아에선 두 번째다.

 최 교수는 “트루빔은 폐·간처럼 호흡할 때 움직이는 장기의 종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정확하게 치료한다”며 “치료 시간을 최대 3배 단축해 장시간 자세를 유지하기 힘든 암환자에게 적합한 방사선 치료의 결정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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