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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해찬 대표, ‘검찰 조작’ 증거 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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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 정치에서 정치권과 검찰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이 흐른다. 야당과 검찰 사이엔 더욱 그렇다. 야당은 검찰이 집권 권력의 일부라고 의심한다. 반면에 검찰은 야당이 불법에 대한 검찰권 행사를 막기 위해 종종 정치공세를 활용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이런 갈등을 판단하는 핵심은 ‘사실(fact)’이어야 한다. 사실을 쥐면 검찰이 옳은 것이요, 사실을 부풀리거나 조작하면 검찰의 실패다.

 사실을 위한 싸움에서 또 하나 중요한 사례가 발생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허위 진술 강요’를 주장한 것이다. 그는 지난 10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지난해 제 친구가 저축은행 사건으로 구속됐는데 ‘이해찬에게 2억원을 줬다고 불라’며 일주일간 아침마다 불러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준 사실이 없는데도 검찰이 그랬다면 이는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혐의를 조작한 중대 범죄다. 검찰 신뢰가 걸려 있는 큰 사안이다.

 검찰은 조사 결과 이 대표가 말한 ‘친구’가 박형선 해동그룹 회장인 것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수사 기록을 검토한 결과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의 변호인도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증언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친구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지만 박형선이라는 보도를 부인하지도 않고 있다.

 이제 책임은 이 대표에게 있다. 이 대표는 친구가 누구인지, 언제, 어떤 검사가 그런 진술을 강요했는지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얼마 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의원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를 여러 번 만났으며 저축은행 로비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다. 박 대표는 관계자의 녹취록이 있다고 하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박 대표를 고소한 상태다.

 검찰이나 여당에 대한 야당의 문제 제기는 근거가 있고 당당해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는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할 뿐 아니라 법 집행기관과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이다. 저축은행 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 대표가 자신을 법사위에 배정한 것도 당당하지 못한 태도다. 국회법은 국회위원이 소관 상임위 직무와 관련해 영리행위, 즉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대표가 법사위원이란 직위를 자신의 방패로 활용한다면 이는 ‘상임위 영리’를 취하는 행동이다.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부결로 정치권의 법 정신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더 커졌다. 이해찬 대표의 불확실한 폭로나 박지원 원내대표의 법사위 배정은 입법부의 ‘법 혼란’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일부의 의혹처럼 검찰에 대한 공격으로 보호막을 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일반 국민은 사실이란 잣대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데, 선량(選良)이라는 의원들은 왜 사실을 대지 못하고 혼란을 만드는가. 이·박 대표는 사실부터 내놓으라. 그런 뒤에 ‘검찰의 정치공작’ 운운하라. 사실이 없다면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