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D-15] 밤을 잊은 그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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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7회 연속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여자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일 태릉선수촌에서 야간훈련을 하고 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영광의 재현을 꿈꾸며 땀 흘리는 이들의 밤은 낮보다 뜨겁고 아름답다. [김성룡 기자]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1996년 ‘코나’라는 남성그룹이 부른 가요다. 여자하키 대표팀을 태릉선수촌에서 만나면 떠오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땡볕에서 하키 스틱을 들고 몇 시간씩 뛰다 보면 팔과 다리는 새까맣게 타 버린다. 해가 진 저녁에도 경기장으로 나와 자율훈련을 하는 강행군. 다른 종목은 실내에서 마무리훈련을 하지만 하키만큼은 저녁에도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힌 야외경기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몸은 고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여자하키 선수들의 밤은 아름답다.

 여자하키 대표팀은 네덜란드·영국·중국·일본·벨기에와 함께 런던 올림픽 예선 A조에 속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세계랭킹 8위 한국이 상위 2팀에만 주는 4강 티켓을 따기 위해선 세계 최강 네덜란드(1위), 개최국 영국(4위)은 물론 이웃 라이벌 중국(5위)까지 꺾어야 한다.

 하지만 대표팀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오전 6시 새벽운동부터 오후 9시에 마치는 야간운동까지 하루 종일 이어지는 연습이 선수들의 팀워크와 체력을 강하게 만들었다. 임흥신(45) 대표팀 감독은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인 데다 강팀들이 많아 힘들겠지만 고된 훈련을 이겨 낸 선수들의 노력을 믿는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분위기도 좋다. 골키퍼 문영희(29)는 “예전에 비해 다들 밝은 표정이다. 큰 대회지만 즐기면서 경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에도 7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이뤄 내며 구기 종목의 자존심을 지킨 여자하키. ‘땀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되새기며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뜨거운 필드 위를 달리고 있다.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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