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중국어를 배우다니…' 단어장보고 北당국 발칵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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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 국경 압록강 주변의 북한 주민들. 사진=중앙포토]

북한 국경 지역 주민들이 탈북이나 밀수, 구걸을 위해 중국어를 배우고 있어 북한 당국이 충격에 휩싸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양강도 교육 당국은 사법기관들의 공조 하에 중·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중국어 단어장을 조사하고 있다. 조만간 중국어 학습에 대한 강한 통제 조치가 있을 전망이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대학생 소식통은 "지난 달 중순 경 (혜산시) 혜화중학교에서 터진 '중국어 단어장 사건' (파문)이 국경경비대까지 번지고 있다"며 "중앙당에까지 보고되면서 어떤 지시가 내릴지 몰라 간부들도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어 단어장' 사건은 혜화중학교의 한 교원이 중국어 공부를 하는 학생의 단어장을 우연히 본 뒤 학생들이 소지하고 있는 중국어 단어장들을 모두 회수하며 불거졌다. 학생들로부터 회수한 단어장 속에는 전부 밀수와 탈북을 비롯, 중국인들을 상대로 구걸하는 데 필요한 단어들로만 채워져 있어 교직원들이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스스로 단어장을 바치면 처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바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과거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밀수와 관련된 중국말을 배우는데 관심이 높았지만, 지금은 탈북과 관련된 중국어 회화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양강도 주민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는 중국어는 '나는 북한 사람입니다' '먹을 것 좀 주세요' '일하고 싶습니다' 등 탈북을 가상한 회화들과 '한국에 가고 싶습니다' '한국 대사관이 어디입니까' 등 노골적으로 한국행을 의미하는 문장들이어서 북한 당국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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