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부진 만회 위해 해외 마케팅 인력 통폐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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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LG전자는 지금까지 가전·휴대전화 등 사업부별로 나뉘어 있던 글로벌 마케팅 관련 부서를 구본준(61·사진) 부회장 직속의 글로벌마케팅부문(GMO)으로 통합했다고 11일 밝혔다. 분야별로 따로 계획을 세워 추진하던 해외 마케팅을 최고경영자(CEO)인 구 부회장이 직접 챙김으로써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회사 관계자는 “그간의 부진을 털고 분위기를 전환해보자는 의미가 담긴 상징적 조직개편”이라고 설명했다. 구 부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초 만들어진 GMO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최고유통책임자(CGTMO) 역할을 하는 김기완 부사장 아래 100명 정도의 인력이 있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200여 명 이상이 추가로 합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2000년대 이후 경쟁사와의 브랜드력이 갈수록 벌어지는 것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는 “삼성전자의 경우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부터 공식파트너로 참여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급성장했다”고 분석했다. 99년 31억 달러였던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2009년에는 175억 달러로 급상승하며 전 세계 기업 중 19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LG전자는 지역별로 유통업계 지원에 주력하느라 브랜드 가치를 키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LG전자는 2005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115위(매출 377억 달러)에서 올해에는 196위(489억 달러)로 밀렸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초 “이전 CEO들이 마케팅을 강조하는 동안 LG전자의 근간이 무너지면서 품질까지 영향을 받았다”며 ‘강하고 독한’ 경영 방침을 밝혔다. 이후 과감한 연구개발(R&D)과 투자를 통해 3D TV와 LTE폰에서 성과를 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자 브랜드 다시 세우기에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유럽을 중심으로 현지 채용한 마케팅·영업 인력을 줄이는 등의 구조조정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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