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모든 교실에 ‘멈춰’팀 만들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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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기도 수원 숙지고등학교의 한 교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일어난 A에게 B가 다가가 일부러 어깨를 부딪쳤다. ‘사과하라’는 A의 요구에 B는 오히려 폭력을 휘두른다. “멈춰.” A가 손을 뻗어 외치자 반에 있던 학생들이 B를 향해 함께 ‘멈춰’를 외쳤다. 알림이 학생 2명이 교무실로 달려가 담임 교사에게 알리는 사이 또래 상담자인 상담이는 싸움을 말렸다. 담임교사는 A와 B를 따로따로 면담한 뒤 즉석에서 학급회의를 열고 B에 대한 처분을 결정했다.

 10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대강당에서 진행된 ‘학교폭력 멈춰!’ 프로그램의 시연 장면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지키고 나아가 피해보는 친구를 도와주는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처음 실행됐는데 이후 학교폭력이 50%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폭력 멈춰!’ 프로그램을 도내 전 학교에서 시행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안양·과천 지역과 군포·의왕 지역의 중학교 60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달 관련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수립한 뒤 다음 달에는 선도학교 10곳을 지정할 계획이다.

 도교육청이 ‘학교폭력 멈춰!’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유는 매년 늘어나는 학교폭력 때문이다. 지난해 발생한 학교폭력 건수만 2014건으로 2009년 1308건보다 급증했다.

 경기도교육청 김유성 학교인권지원단장은 “피해 학생의 대부분이 피해 사실을 알려봐야 소용없다는 체념 또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폭력은 혼자 고민할 게 아니라 주변 학생들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겠다”고 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이날 수원지검·법무부 범죄예방위원 수원지역협의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학교폭력 멈춰 프로그램의 보급과 시행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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