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원전 비리 뿌리뽑아야 국민 불안 줄어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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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원전을 운영·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직원들이 어제 22명이나 구속기소됐다. 뇌물 수수 등 원전 납품비리 관련 혐의다. 본사 관리처장 등 1급 간부 직원들도 두 명이나 포함돼 있어 충격이 더 크다. 수수액이 소액이라는 이유 등으로 기소는 되지 않았지만 기관 통보된 직원까지 합하면 무려 39명이다. 이들이 받은 뇌물 수수액이 22억여원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대부분 납품업체 등록 및 자재 납품과 관련한 편의를 제공하고 돈을 받은 혐의다. 얼마 전에는 중고 부품이 포함된 터빈밸브작동기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돈을 받은 고리원전 직원이 구속된 적도 있다. 원전 관련 비리가 뿌리깊고 만연하다는 증거다. 오죽했으면 검찰 관계자가 “파면 팔수록 더 나오더라”고 했을까.

 그렇지 않아도 원전의 안전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돼 있는 판국이다. 여름철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우려돼 고리원전 1호기의 재가동이 시급한데도 주민들의 불신 때문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여러 달 점검한 후 안전에 이상이 없다며 재가동을 승인했는데도 주민들은 못 믿겠다며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장관이 현지에 내려가 설득하는 데도 주민들은 요지부동이다. 근본적으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유증과 고리원전의 사고 은폐 의혹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인 원전 비리 탓도 있다고 본다. 돈을 받고 납품을 승인했다면 그 자재를 사용한 원전이 안전하다고 믿을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원전은 다른 어떤 설비보다 납품과 검수 업무가 투명하고 엄격하며 공정해야 한다. 설비 유지와 관리 업무에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사고가 일어난다면 결과는 대재앙이다. 당국은 원전 비리를 더 철저하게 수사하고 더 엄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그럼으로써 더 이상 원전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아예 뿌리를 뽑아야 한다. 한수원도 대오각성하길 바란다. 비리가 만연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게 안전에 대한 국민 불신을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