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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이 기른 산채 … 감동을 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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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이시돌’의 염대수 사장이 남도 한정식 상차림 앞에서 자신의 음식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鷄龍精氣涵山菜(계룡정기함산채) 君之精誠更發香(군지정성갱발향)’. 유명한 철학자가 지난해 초봄 계룡산 동학사 초입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식사한 뒤 음식 맛에 감탄하면서 저서의 여백에 난(蘭)을 친 다음 써 준 칠언절구(七言絶句)다. ‘계룡의 정기가 길러낸 산채를 군자의 정성이 향기 나게 만들다’라는 뜻이다.

이 같은 극찬을 받은 사람은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에 있는 한정식 전문점 ‘이시돌’의 주인 염대수(58)씨. 그는 한 검사장으로부터 “여러 한정식 집을 가 봤지만, 당신 집이 맛과 품격에서 최고다. 그 어떤 권력도 음식 권력을 넘지 못한다”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염씨의 한정식은 값이 싼 편이고, 화려하지도 않다. 그러면서도 수많은 명사와 기관·단체장, 정치인·방송인 등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뭘까.

 염씨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새 음식은 없으며,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냐에 달려 있다”며 “상차림의 격식과 맛의 깊이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또 “17년 전부터 거르고 쌓아 온 맛의 노하우와 철학에, 전남 구례 지리산자락에서 식당을 하던 시절의 전통 남도 한정식을 접목한 게 주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시돌’ 반상(飯床)에는 홍어·떡갈비·황태찜·오리고기훈제·더덕철판구이와 홍어 애 부침이 오른다. 나물·장아찌는 민들레·뽕잎순·다래순 나물과 곰취·김 장아찌, 야생 돌갓 김치 등 특별한 것만 낸다.

 젊은 시절 경제신문사에서 일하고 88서울올림픽 때 패션 페스티벌에 참여하기도 했던 그는 “비굴한 서비스로 음식을 포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손님에게 과도하게 친절을 베푸는 데 쓰는 열과 성을 차라리 맛깔스러우면서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데 쏟는다는 이야기다.

 그는 음식점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맛의 비결과 음식 철학 등을 나눠 줄 용의가 있다고 한다. 많은 베이비 부머들이 퇴직 후 현란한 체인점 모집 광고 등에 넘어가 덜컥 창업했다가 퇴직금은 물론 집까지 날리는 게 안타까워서다. 그는 “인건비와 재료 값, 건물 임대료가 비싼 상황에서 저렴한 메뉴로는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며 “값이 좀 비싸더라도 특색 있는 자기만의 맛을 가지고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화한 한정식을 가지고 하이 레벨(High-level) 고객을 타깃으로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단다. 염씨는 “‘한정식은 체인이나 프랜차이즈가 결코 불가능한가’라고 오랜 기간 곱씹어 왔다. 우리나라는 택배·탁송 시스템이 매우 발달했다. 이를 활용해 밑반찬과 재료 등을 공급하면서 맛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직영에 가까운 분점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돌’은 예약 손님 위주로 운영한다. 남도한정식(3인 이상) 1인분 1만8000원, 떡갈비정식(2인 이상) 1인분 1만5000원. 042-825-8285, 010-3131-6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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