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250만원 대장암 표적항암제 보험 안 되니 치료 엄두 못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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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환자 샤우팅(Shouting)’이라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중증 질환 치료와 관련해 환자들이 불만을 5분 동안 쏟아내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백혈병·다발성경화증 등의 환자나 유족 7명이 나왔다. 대장암 환자 이윤희(52·여·경기도 양평군)씨도 그중 한 명이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초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대장암이 발견됐는데 간에 암 세포가 전이돼 4기 판정을 받고 그달 말 수술을 받았다. 그 이후 항암치료를 받다 내성이 생겼는지 암 세포가 커졌고 의사의 권유에 따라 아바스틴이라는 표적항암제를 추가로 사용했다. 네 번 정도 주사했을 때 암 세포가 줄어든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가 이날 행사에 나온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보험이 안 돼 한 번 맞을 때 250만원이 들었다. 지금까지 8차례 맞아 2000만원이 들었다.

 “그 전에 사용하던 약은 보험이 돼 한 달에 5만원밖에 안 들었어요. 그때는 아파도 남편에게 투정을 부렸는데 지금은 돈이 많이 들어 아프다는 소리를 못합니다. 눈치가 보여서….” 이씨는 “약을 쓰니까 머리도 안 빠지고 부작용이 준 것 같다”며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대장암은 최근 가장 증가율이 가파른 암 중 하나다. 2009년 여성 대장암은 처음으로 위암 환자를 앞질렀다. 식습관이 서구화된 탓이다. 남자는 위에 이어 둘째, 여자는 갑상샘·유방에 이어 셋째로 많이 발생한다. 2009년 한 해 동안 2만5000여 명이 대장암에 걸렸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대장암은 기존의 항암제 효과가 낮다. 표적항암제가 몇 개 있는데 보험이 안 된다. 환자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다 사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장암 표적항암제는 아바스틴과 얼비툭스 두 종류가 있는데 둘 다 보험이 안 돼 한 번 치료받는 데 250만원 정도 든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태원 교수는 “표적치료제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처음부터 엄두를 못 내는 환자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두 가지 약은 보건복지부에 건강보험 적용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복지부 류양지 보험약제과장은 “두 약은 기존 약(5FU 등)을 대체하지 않고 함께 사용하는 것이라 비용 대비 효과가 낮게 평가돼 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영석 교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표준요법으로 쓰는데도 국내에서 보험이 안 돼 환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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