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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하기 죽을 만큼 싫었지만 썼어요 … 학폭 무서움 알리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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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대구 중학생 권승민군의 어머니 임지영씨가 아들의 방에서 사진을 쓰다듬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고단한 몸으로 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이 땅의 청소년이 눈물 흘리고, 자신의 귀한 생을 포기하게 해서는 안 된다. 독자 한 분 한 분 모두 학교폭력의 감시자가 되어 주시길 간구하며…. 아들을 먼저 보낸 죄 많은 엄마.’

 지난해 12월 20일 같은 반 학생들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자살한 대구 중학생 권승민(당시 13세·2년)군의 어머니 임지영(48·중학교 교사)씨가 8일 책을 펴냈다.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 임씨는 아들이 자살한 그날의 고통을 낱낱이 기록했다. 자식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언론에 학교폭력의 무서움을 폭로하고, 가해학생 부모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이유도 적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부모·교사·사회 모두 학교폭력의 감시자로 나서자고 호소했다. 임씨는 4월부터 두 달여 동안 눈물을 삼키며 원고를 썼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기가 죽을 만큼 싫었지만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이 글을 써야만 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이 얼마나 무섭고 큰 범죄인지 다시 한번 알리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시 찾은 권군의 아파트는 예전과 다름없었다. 책상에 놓인 사진 속 권군은 활짝 웃고 있었다. 책꽂이에는 그의 책이 그대로 꽂혀 있다. 그러나 겨울용이던 침대 이불은 여름용으로 바뀌었다. 한 달에 두세 번은 권군의 유해가 안치된 추모관을 찾는다. 가족의 고통은 여전하다고 한다. 임씨 부부는 신경안정제 등 약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형(17·고2)은 아직도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고교 교사인 권군의 아버지는 현재 휴직 중이다.

 임씨는 “제 아들은 잃었지만 더 많은 아들딸을 얻은 것 같습니다. 이들을 돌보기 위해 앞으로 심리상담사 자격증도 딸 생각입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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