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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QPR서도 ‘성공 드리블’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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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8일(한국시간)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한 박지성이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산소탱크’ 박지성(31)은 맨체스터에서 7년 동안 새 역사를 써왔다. 그에겐 항상 최초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리거’부터 ‘동양인 최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출전’까지. 개척자로서 숱한 역경을 이겨내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4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라는 값진 성과를 얻었다. 박지성은 이제 영광을 뒤로 한 채 런던에서 새 출발을 준비한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런던을 연고로 하는 퀸스파크레인저스(QPR)로 이적한다. 중앙일보는 박지성의 QPR 이적 소식을 국내 언론사 중에서 가장 먼저 단독 보도했다. <7월 7일자 12면, 일부 지역 제외>

 박지성은 7일 오후(한국시간) 인천공항을 출발해 8일 오전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9일 QPR의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뒤 이날 밤 11시 런던 밀뱅크 타워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공식 입단을 알린다.

 2005년 7월 맨유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박지성은 ‘마케팅용’ ‘유니폼 판매용’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세계 최고의 클럽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맨유 팬들 입장에서 박지성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유니폼을 판매할 목적으로 영입한 선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박지성은 쏟아지는 비난을 실력으로 이겨내며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엄청난 활동량과 측면·중앙을 가리지 않는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현지 언론은 ‘언성 히어로(Unsung Hero, 보이지 않는 영웅)’ ‘수비형 윙어’라는 별칭을 붙여주며 박지성의 가치를 인정했다.

 박지성의 성공으로 동양 선수에 대한 평가도 높아졌다. 2001년 아스널에 입단한 일본인 이나모토 준이치(33)가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지성 이후 한국인 선수는 총 8명(이영표·설기현·이동국·김두현·조원희·이청용·지동원·박주영)이 프리미어리그에 발을 들였다. 최근 일본인 가가와 신지(23)의 맨유행도 박지성의 성공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든 결정이었다.

 영국에서 ‘제2막’을 시작할 QPR은 박지성에게 기회의 장이다. QPR은 맨유의 전설인 마크 휴스(49)가 감독을 맡고 있다. 맨유에서 공격수로 15년간 467경기에 출전한 휴스 감독은 올해 초 QPR로 부임했다. 지난 시즌 17위로 2부 리그 강등을 겨우 모면한 QPR은 대대적인 선수 영입에 나서고 있다. 휴스 감독은 지난달 방한해 박지성을 설득했다고 한다. “맨유에 오랫동안 남고 싶다”던 박지성은 가가와의 입단으로 출전 기회가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결단을 내렸다.

 QPR은 한국 선수 추가 영입도 고려하고 있다. 기성용(23·셀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박지성은 자신을 원하는 팀에서 마음 편하게 시즌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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