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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최희섭 '두번의 만남과 변신'

중앙일보

입력

'역발산 기개세'

최희섭(22·시카고 컵스)에게선 산을 뽑아 내고 세상을 뒤덮을 기운이 느껴진다.

팀내 최고를 자랑하는 235파운드 6피트 5인치의 체격 때문만은 아니다. 왼손타자인 그가 밀어 친 타구는 호호캄 구장 좌중간 390야드 뒤에 우뚝 서 있는 조명탑의 상단을 스치고 날아가고 힘차게 잡아 당긴 타구는 펜스 오른쪽 5,60야드 떨어진 실내 훈련장 지붕을 강타한다.

돈 베일러 감독은 "힘, 유연성, 스피드 등 어느 하나 나무랄 데가 없고 그에게 필요한 것은 경험 뿐"이라고 극찬한다. 그를 지금 광활한 미국 대륙에서조차 돋보이는 군계일학의 유망주로 만든데에는 두번의 만남과 두번의 변신이 결정적이었다.

첫 번째 만남은 광주일고 재학 당시 허세환 감독과의 만남이었다. 허 감독은 왼손에 평범한 장신투수이던 그의 타격자질을 단숨에 알아보고 타자로 전향시켰다. 두 번째는 지금 메이저리그 투수중 최고의 유망주인 릭 엔킬(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의 만남이다.

고등학교 3학년때인 97년 캐나다 애드먼튼에서 벌어진 세계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그는 미국팀 에이스였던 엔킬을 만났다. 처음 상대해보는 뛰어난 투수였고 그처럼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게 됐다. 첫 번째 변신은 육상선수에서 야구선수로의 변신. 광주동 초등학교 육상선수이던 그는 송정동 초등으로 전학, 야구선수로 변신했다.

또 야구선수로 변신한 그는 오른손잡이에서 왼손잡이로 변신했다. 야구를 하기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였다. 지금 등번호는 광주일고 선배이자 한국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투수 선동렬과 같은 18번.

최는 자신의 스물 두 번째 생일을 맞은 지난 16일,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이번 시범경기에서 13타수 5안타(타율 .385)를 과시한 스물 두살 짜리 거포의 앞날은 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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