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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도 속인 중국의 통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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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호 29면

중국에서 1958년 시작된 대약진운동 3년 만에 굶어 죽은 사람이 적게는 1500만 명, 많게는 5000만 명이나 됐다고 한다. 그들이 죽어가는 동안 대약진운동을 주도한 마오쩌둥(毛澤東)은 대풍년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허위 보고였다. 서구 선진국을 추월한다며 중앙정부는 무리한 식량생산 할당량을 부과했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 지방 지도자들은 불이익이 두려워 성과를 부풀려 보고했다. 목표 달성을 확인한 중앙은 의욕적으로 더 많은 할당량을 부과했다.

허귀식의 시장 헤집기

현장에선 한번 부풀린 생산량을 줄일 수 없고, 과거 보고가 엉터리였다고 자복할 수도 없으니 해마다 생산이 늘었다는 허위 보고만 되풀이했다. 게다가 거기에 맞춰 식량 공출량을 늘려야 했다. 일부 지방에선 다음 해 쓸 종자까지 바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엉터리 농법이나 생산의욕 저하, 자연재해 탓에 생산이 늘기는커녕 줄어든 곳도 많았다. 상당수 농민은 굶어 죽거나 오지로 도망쳤다.

중국은 개혁·개방 30여 년 만에 각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허위 보고와 조작, 부실 통계만큼은 여전히 불신의 대상이다. 중국에서 정확한 통계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긴 하다. 워낙 땅이 넓고 사람이 많은 나라 아닌가. 그 ‘땅’과 ‘사람’의 통계부터 이상하다. 중국은 90년대 경지면적이 9500만㏊에 불과하다고 했으나 미국이 위성 관측 결과를 내놓자 2000년 마지못해 이를 1억3000만㏊로 늘려 잡았다.

조사원 600만 명이 동원된다는 인구센서스도 미심쩍다. 2000년의 10~19세 인구가 10년 전 조사 때의 그 아이들(0~9세)보다 1200여만 명이나 많게 나왔다. 2010년 센서스로는 총인구가 13억여 명인데 1자녀 정책을 어기고 낳은 아이 등이 빠져 실제로는 15억, 17억 명에 이를 것이란 말도 있다.

조작 의심을 받는 분야도 다양하다. 한때는 기상대가 관측 기온을 낮춰 섭씨 40도 넘는 날을 39도라고 했다고 한다. 40도를 넘으면 휴무일이 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한 것이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커지면서 전력·석탄의 소비부터 실업률, 세수, 기업 실적, 부실채권 규모까지 다양한 경제 관련 통계가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 들통난 것도 더러 있다.

중국의 지방정부가 발표한 지역 국내총생산(GDP)을 다 합치면 국가통계국이 밝힌 것보다 많게 나오곤 한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상당수는 회계 부정이 밝혀져 퇴출됐다. 오죽하면 ‘중국 최악의 수출품은 날조된 장부’란 말이 나오겠나.

최근 중국의 금리인하 결정을 놓고서도 적당히 버무린 대외용 통계 말고 내부용 통계가 따로 있는 증거로 보는 이도 있다. “우리는 문제 없으니 당신들이나 신경 쓰라”던 중국이 서둘러 처방을 내리는 게 심상찮아서다. 이럴 때는 부두에 쌓인 발전용 석탄, 유휴 건설장비 같은 발품 정보도 챙겨야 화장발에 가려진 중국 시장의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 한때 수많은 인명까지 앗아간 중국의 통계 악습, 이젠 세계 경제의 안전운행을 위해서도 청산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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