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누다’와 ‘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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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우리 사회에서 거친 말이 문제가 된 지는 오래됐다. 그러나 개선되기는커녕 점점 심해지고 있다. 어린 학생들까지도 욕설을 섞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될 정도다. 한때는 특수 집단에서나 쓰던 말들을 여학생들까지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고운 말을 쓰게 이끌어줘야 할 어른들도 모범이 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가끔 거리를 지나다가 어린아이가 “쉬 마려워요” 하면 “저기 가서 싸고 와”라고 대답하는 부모들을 가끔 볼 수 있다. 아이들도 “나 X 싸고 올게요”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그만큼 입에 익은 것이다. 이런 표현이 이 상황에서 적절할까.

 사전에서 ‘싸다’란 단어를 찾아보면 우선 ‘X이나 오줌을 참지 못하고 함부로 누다’란 뜻이 올라 있다. 이런 의미로 쓰이는 경우는 아기가 기저귀에다 용변을 본다든지, 어린아이가 잠자다가 이불에 지도를 그린다든지,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학생이 학교 화장실이 무서워서 참다가 옷에다 실례를 하는 것 등을 생각할 수 있겠다. “아기가 오줌 쌌어. 기저귀 갈아주세요” “어릴 때 이불에 오줌을 싸 혼난 적이 많았다” “오줌이 너무 마려워 바지에다 싸고 말았다” 등이 그런 사례다.

 이런 경우 외에 ‘싸다’를 사용하면 속된 표현이 된다. 처음에 언급한 부모와 어린아이의 대화에서는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용변을 보거나, 너무 급박하게 마려워서 실례를 한 게 아니므로 ‘싸다’를 쓰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 자식에게 일부러 저속한 표현을 쓰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야, 저기 화장실이 있으니 가서 누고 와”처럼 ‘누다’를 사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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