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네일아트의 세계 보여드릴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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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진(왼쪽)씨와 셍소폐압이 네일아트로 예쁘게 꾸민 손을 펼쳐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황정옥 기자]

“색상을 골라 보세요. 여름에는 블루 계열이 시원해 보여요.” 지난달 27일 오후 강남구 역삼동 삼정호텔 1층에 있는 ‘다문화 네일아트숍’. 네일아티스트 셍소폐압(28·역삼동)과 김예진(26·개포동)씨가 경쾌하게 인사하며 손님을 맞았다. 손님이 자리에 앉자 김씨가 능숙한 손길로 손님의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했다. 붓이 몇 번 오가자 손톱 위에 금세 꽃이 피었다. 고와진 손을 바라보는 손님과 김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사람들의 손에 그림을 그리는 네일아티스트 김씨와 셍소폐압은 결혼이민자로 2006년 한국에 왔다. 생소폐압은 캄보디아, 김씨는 베트남 출신이다. 두 사람과 함께 2명의 결혼이민자가 이곳에서 일한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강남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네일아트 자격증 수업을 듣고 네일아트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을 딴 후에는 지역의 복지관과 경로당 등 복지시설과 다문화지원센터 카페, 지역 축제 현장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며 실력을 쌓았다. 셍소폐압은 “경로당을 찾았을 때 어르신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손톱에 색을 칠한다’고 말하며 좋아하시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문가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춘 이들이 일하는 다문화 네일아트숍은 지난달 23일 문을 열었다. 결혼이민자들의 취업과 자립 역량 강화를 위해 만든 곳이다. 공익법인 ‘희망과 동행’, 삼정호텔이 창업 지원과 장소 기부를 맡았다. 오전에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퇴근하며 데리고 가는 바쁜 일과이지만 셍소폐압과 김씨의 얼굴에서는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셍소폐압은 “아내가 호텔에 취업했다며 자랑스러워하는 남편을 보면 기쁘고 제 일이 생겨 보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원하는 취향에 맞춰 예쁘게 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김씨도 “우리가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본 결혼이민자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만큼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네일 관련 공부도 꾸준히 해 더 실력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곳 수익금의 일부는 다문화 가족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돌보기 위해 다문화·저소득 가정에 쓰인다. 이용 요금은 기본관리 1만5000원, 그라데이션과 프렌치네일 2만5000원이다. 6일까지 오픈 기념 3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문의 02-539-9488

  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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