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불통 vs 특권 포기 … 의원·장관 겸직 국회 쟁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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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장관(총리 포함) 겸직을 금지시키자는 새누리당의 국회법 개정안이 정치쟁점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달 초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내외의 반발도 만만찮다.

 역대 정부에서 여당 의원들이 장관으로 발탁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선 이재오·전재희·최경환·유정복 전 장관 등 11명의 의원 출신 장관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 때도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정세균·천정배·유시민 전 장관 등 10명의 의원이 입각했다. 자민련과 공동정부를 구성한 김대중 정부의 첫 조각에선 18명의 국무위원 중 9명이 현역 의원이었다.

 대통령이 현역 의원을 내각에 끌어들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의원 출신 장관을 기용하면 아무래도 당정 간 소통이 원활하고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기가 수월하다. 또 장관 자리라는 ‘당근’을 통해 여당에 대한 통제력을 높일 수 있다. 여당 차기 주자들의 경력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반면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관료들에게 끌려다닌다거나 다음 선거에 대비해 생색내기용 실적 쌓기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총선 때 약속한 ‘특권 포기’ 차원에서 반드시 개정안을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에서 벌써부터 장관 자리를 놓고 ‘자리 다툼’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1일 “일부 법리상 보완은 하더라도 (겸직 금지 자체는)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원 겸직 금지 TF팀장인 여상규 의원은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해놓고 장관만은 포기 못한다고 하면 국민 비난 여론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의총 당시 한 박근혜계 의원은 “현행 헌법엔 대통령제에 의원내각제 요소가 가미돼 있기 때문에 의원·장관 겸직을 금지하려면 헌법도 뜯어고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겸직 금지가 실현되면 ▶장관 임명으로 의원직 사퇴가 늘어 보궐선거가 많아지면 결국 집권당의 부담이 커지고 ▶당정 간 소통이 어려워지며 ▶장관 인재풀이 축소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힘없는 부처에선 실세 의원이 장관으로 오면 예산 확보가 쉽기 때문에 정치인 출신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상규 의원은 “헌법에선 장관 겸직을 사실상 법률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 소지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의원의 역할은 정부를 견제하면서 협력하는 것이지 ‘메신저’ 노릇을 하는 게 아니다. 장관은 전문성 있는 인사들을 임명하면 되고 나머지 쟁점들은 ‘특권 포기’라는 대승적 차원에 비춰보면 작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에서도 장관 겸직 금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장관은 모조리 국회의원이 맡고 차관도 초선 의원이 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도 “장관 1년 하려고 국회의원 4년을 포기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국무위원의 인재풀이 좁아질 우려가 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장관 겸직을 금지해야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순수 대통령제’의 확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 송호근(사회학) 교수는 “정부와 국회가 협력할 사안이 많은데 겸직을 금할 경우 당정 불통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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