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첫발을 내디딜 때 주의사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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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습관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한다. “반걸음이라도 좋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첫발을 내딛어 보자!” “두각을 나타내고 싶다면 오늘부터 한 걸음 더 내딛는 습관을 기르자!” 성공하는 사람은 성공하는 습관을 가졌다고 할 만큼 생활습관은 중요한데, 말의 습관도 마찬가지다. ‘한 걸음 더 내딛는’의 경우 바르게 쓰였지만 ‘첫발을 내딛어’는 ‘첫발을 내디디어(내디뎌)’로 바루어야 한다.

 ‘내딛다’는 ‘내디디다’의 준말로, 활용 시 주의할 점이 있다. 뒤에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올 때는 ‘내딛고, 내딛는, 내딛지, 내딛겠다’ 등으로 활용하는 게 맞지만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올 때는 준말의 활용형은 인정하지 않고 본딧말의 활용형만 인정한다. ‘내딛다’에 ‘-으면, -었다, -으나, -어서’와 같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연결될 때는 ‘내딛으면, 내딛었다, 내딛으나, 내딛어서’로 활용되지 않고 원말인 ‘내디디다’에 연결해 ‘내디디면, 내디디었다(내디뎠다), 내디디나, 내디디어서(내디뎌서)’로 고쳐야 맞다.

본딧말인 ‘내디디다’와 준말인 ‘내딛다’는 둘 다 표준어이긴 하나 ‘내딛다’는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는 자유롭게 결합하지만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의 결합에는 제약이 따른다.

 비슷한 예로 ‘머무르다/머물다’ ‘서두르다/서둘다’ ‘서투르다/서툴다’가 있다. 준말 형태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어’를 붙여 만든 ‘머물어, 서둘어, 서툴어’ 같은 형태는 모두 잘못된 활용형이다. ‘머무르다, 서두르다, 서투르다’에 ‘-어’를 연결해 ‘머물러, 서둘러, 서툴러’로 활용하는 게 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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