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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팀결산 (25) - 몬트리올 엑스포스

중앙일보

입력

2000 시즌을 앞두고 그들에게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소유주의 변화였다.

뉴욕의 미술품 중계상 제프리 로리아는 1억5천만달러를 내고 그들의 새 구단주가 됐다.

로리아는 두가지 약속을 했다. 하나는 연고지를 이전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총연봉을 50% 이상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약속은 모두 지켜졌다. 2002년 개장을 목표로 공사에 들어간 라바트 파크는 몬트리올을 떠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상이었으며, 카를로스 델가도 급의 총연봉도 알렉스 로드리게스 수준으로 향상됐다.

◇ 잘못된 투자

총연봉은 전년 대비 64%가 증가됐지만, 승수는 도리어 1승이 감소했다. 그렇다면 로리아의 돈은 대체 어디로 간걸까?

오프시즌 동안 몬트리올은 FA시장에서 그렘 로이드를 건졌고, 트레이드를 통해 이라부 히데키와 리 스티븐스를 데려왔다. 물론 로이드는 정상급의 좌완 셋업맨이다. 하지만 그에게 블라디미르 게레로 급의 연봉을 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로이드는 3년간 9백만달러에 계약했으며, 게레로의 2000 시즌 연봉은 350만달러였다.

이라부의 영입은 더욱 황당했다. 양키스 강타선의 도움으로 겨우 11승을 올린 망나니를 위해 몬트리올은 팜의 최상위 유망주들인 테드 릴리와 제이크 웨스트브룩을 소비했다. 이라부는 2승을 올린 후,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스티븐스는 '1루수 3각 트레이드'를 통해 몬트리올의 유니폼을 입었다. 펠리페 알루 감독에게 반기를 들었던 브렛 풀머는 토론토에서 타율 .295 32홈런 104타점을 기록하며 긴 잠에서 깨어났다.

◇ 메이저리그의 팜

90년대 이후 몬트리올은 드래프트, 해외시장과 함께 메이저리그의 중요한 선수 공급원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다른 구단에 선수들을 대주지 않는다.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로리아의 취임으로 인한 재정상태의 호전이며, 다른 하나는 팔아먹을 선수들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메이저리그도 많이 변했다. 드래프트에서 지명해주면 감지덕지하는 세상은 지나갔다. 좀 한다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아내려면 최소 3백만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심지어 지난 해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조 보차드에게 530만달러의 계약 보너스를 쥐어줬다.

돈은 어설픈 자유계약시장이 아닌 드래프트 시장에 투입되어야 한다.

◇ 너희가 볼넷을 아느냐

몬트리올 타선의 문제점은 그들이 볼넷의 중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몬트리올의 타율은 챔피언 뉴욕 메츠보다도 3리가 높은 내셔널리그 8위였지만(.266), 정작 중요한 출루율은 꼴찌 밀워키 브루어스를 겨우 제친 15위였다.(.326) 결과적으로 몬트리올의 총득점은 14위였다.

타선의 핵인 블라디미르 게레로와 호세 비드로 콤보의 위력은 더욱 강해졌다. 게레로는 정확성과 파워의 환상적인 조합을 선보였으며(.345 44홈런), 자신감을 얻은 비드로는 레이 오도네즈에서 에두아르도 알폰소로 변신했다.(.330 24홈런 97타점)

그러나 의욕이 넘쳤던 나머지 시도는 모두 불발로 돌아갔다. 1번타자로 기용된 피터 버제론은 '제2의 브렛 버틀러'라는 별명을 무색케 했으며, 공격력 강화를 위한 마이클 바렛의 포지션 이동(포수→3루수)은 역효과를 불러왔다.

◇ 우리들은 자란다

6.06 - 5.00 - 4.05

지난 3년간 하비어 바스케스의 방어율 추이다. 투수 고과 1순위 바스케스는 33번의 선발등판에서 11승(9패)을 따냈다. 몬트리올의 득점지원을 감안하면 11승은 결코 적은 승수가 아니다. 24번의 퀄러티 선발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이는 내셔널리그 선발투수 중 5위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칼 파바노 역시 '급성장'의 시간을 가졌다. 파바노는 전반기에만 8승(4패) 방어율 3.06을 기록하며 실질적인 에이스 노릇을 했지만, 아쉽게도 팔꿈치 부상으로 온전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바스케스, 파바노와 함께 마운드의 신세대 기수론을 외치고 있는 토니 아마스 주니어도 온갖 부상속에서도 가능성 있는 성적을 남겼다.(7승 9패 4.36)

반면 베테랑들은 무책임했다. 마무리 유게스 어비나는 팔꿈치 부상으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했으며, 더스틴 허만슨은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스스로 에이스의 자리를 버렸다.

주전 마무리가 이탈한 불펜을 이끌어나간 인물은 왼손 셋업맨 스티브 클라인이었다. 클라인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켈리 분시와 함께 빅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83)에 투입됐다.

◇ 새로운 마음으로

얼마전 몬트리올은 허만슨과 클라인을 내주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부터 페르난도 타티스와 투수 브리트 림스를 영입했다.

클라인이 아깝긴 하지만, 타티스는 무주공산이었던 몬트리올의 3루를 든든히 지켜낼 것이다. 또한 타티스로 인해 바렛은 포수로 돌아갈 수 있게 됐으며,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칼 립켄 주니어의 후계자'라는 부담감에 시달렸던 라이너 마이너에게도 시간이 주어졌다.

결국 그들은 몬트리올에 남았다. 그리고 이제는 지금껏 참아준 팬들에게 성적으로 보답할 차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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