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속타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유망주들

중앙일보

입력

'뛰고 싶다. 남들 못지 않은 실력도 있다. 그러나 자리가 없다.'

텍사스 레인저스에 있는 유망주들의 푸념이다.

푸념의 이유는 '선수잡이 어선' 레인저스호의 선주로, 마이너 시스템이라는 양식업을 겸업하고 있는 톰 힉스의 무차별적인 선수 영입 때문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덕 멜빈 선장의 레인저스호는 랜디 벨라르디를 시작으로, 안드레스 갈라라가, 켄 케미니티,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영입하며 어황의 절정을 이뤘다.

몇 차례의 조업으로 팀 타선의 완벽한 물갈이에 성공한 레인저스호는, 최근 32살의 외야수 러스티 그리어와 계약연장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내다 팔아야 할 선수를 붙잡고 있는 것은 선주로서는 몰라도, 양식업자로는 실격이다.

뛰어난 수비능력과 건실한 타격의 그리어는 반드시 팀에 필요한 선수. 하지만 가뜩이나 비좁은 로스터의 포화상태는 더욱 가중됐다. 외부영입을 줄였거나 그리어와의 계약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선수영입으로 자리를 잃은 유망주들은 프랭크 카탈라노토, 마이크 램, 제이슨 로마노, 마이크 영 등이다. 이 외에도 게이브 케플러와 루벤 마테오는 중견수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 둘 중 하나는 포지션 변경이 불가피하다.

이들은 지난시즌 발군의 기량을 인정받았으며 모두 성장기에 있다. 그러나 팀의 무차별적인 선수영입으로 성장기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렇듯 많은 선수들을 영입했음에도 누구도 레인저스를 우승후보로 꼽지 않는다. 너무 빈약한 투수력 때문이다.

에이스로 낙점된 릭 헬링은 아직 미흡한데다가, 지난 시즌의 무리가 걱정된다. 35번의 선발등판에서 투구수 110개에서 132개 사이의 등판이 19차례나 되며 133개 이상을 투구한 경우도 두차례나 된다. 올 시즌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나머지 투수들에게 기대기엔 그들의 어깨가 너무 애처롭다.

현재 레인저스의 입장권 판매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로드리게스의 영입으로 단기간의 흥행에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유망주들을 도태시킨 결과는 뼈아프게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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