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구도 짜기 … 문만 흔드는 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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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손학규(左), 문재인(右)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문재인 상임고문을 겨냥해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손 고문은 25일에도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문 고문을 겨냥, ‘자신 없는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누구와 연대하고 공동정부를 만들겠다는, 그렇게 자신 없는 정당과 자신 없는 지도자를 국민이 왜 찍어주느냐”며 문 고문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공동정부를 제안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또 “한 번 물레방아를 돌린 물은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수 없다”며 “시대가 바뀌어 국민의 생각도 의식도 바뀌었기 때문에 지역구도로 똑같이 생각하는 선거, 이건 벌써 10년 전 얘기”라고 말했다.

PK(부산·경남) 출신 문 고문이 이 지역에서 득표율을 끌어올려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그는 “물론 부산·경남(PK) 등 특정 지역 출신이 나오면 그 지역에서 표를 조금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사회통합을 요구하는 중산층과 중도층, 특히 이들이 널리 퍼져 있는 수도권 민심이 이번 대선의 핵심 결정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고문은 앞서 문 고문에 대해 “실패한 경험을 하면 뭐 하느냐(15일)” “대통령과 비서는 다르다(18일)”며 그의 대통령 비서실장 경력까지 공격했었다. ‘대통령의 눈으로 국정을 바라본 경험이 있다’는 문 고문의 주장을 전면 부인해버린 거다.

 연일 손 고문이 ‘문재인 불가론’을 제기하자 인터넷에선 ‘손학규의 문재인 디스(Disrespect의 준말. ‘폄하’라는 뜻)’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문 고문을 겨냥한 손 고문의 공격에는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R&R의 배종찬 본부장은 “손 고문으로선 김두관 경남지사가 더 부상하기 전에 문 고문과 양강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데다, 문 고문이 앞서 나가는 지금의 판을 어떻게든 흔들어야 승산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고문 측은 그러나 이런 손 고문 측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 고문 측 김경수 공보특보는 “문 고문은 앞으로도 계속 공격을 받을 텐데,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 고문은 21일 “앞으로 과정에서 별별 얘기가 다 나올 텐데 그런 얘기(반박)할 필요가 없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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