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후폭풍 … 파라과이‘왕따’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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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도 좌파 성향의 파라과이 대통령이 탄핵되자 다른 남미 국가들로 후폭풍이 번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페르난도 루고(61) 대통령이 토지 분쟁 사건으로 물러나자 인근 국가 지도자들이 즉각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특히 파라과이와 함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의 정회원국인 아르헨티나·브라질·우루과이의 반발이 거세다. AP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24일 성명을 통해 “파라과이가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파라과이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남미 대륙 12개국이 모두 참여하는 남미국가연합은 27일 페루 수도 리마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를 협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나라 밖 지지에 힘을 얻은 루고 전 대통령은 탄핵 수용을 전격 철회했다. 그는 “날조된 새 정부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남미국가연합의 긴급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11월 만기인 남미국가연합의 의장직도 조기 인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고 내각 각료들도 또 하나의 정부를 수립해 25일 정무회의를 시작하겠다며 거들었다.

 대통령직을 승계한 보수 성향의 페데리코 프랑코(50) 부통령은 “민주주의 훼손은 없었다”며 28~29일 아르헨티나 멘도사에서 열리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 참석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26~27일 열리는 외교장관회담에서 그의 정상회의 참석안은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르헨티나·브라질·베네수엘라·에콰도르·볼리비아·쿠바·코스타리카 등이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칠레·브라질·우루과이 등이 이미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경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루고 전 대통령의 강력한 우방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파라과이에 석유를 싸게 파는 내용의 기존 계약을 무효화한다며 석유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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