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는 태권 청년 … 이 골은 태권 기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태권도 유단자인 스웨덴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왼쪽)가 유로 2012 D조 3차전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태권도 발차기를 연상케 하는 가위차기로 그림 같은 골을 터뜨리고 있다. [키예프(우크라이나) AP=연합뉴스]
태권도복에 검은띠를 맨 이브라히모비치(가운데).

스웨덴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1)는 태권도 유단자다. 정확히 말하면 검은띠다. 어린 시절 태권도 선수를 꿈꾸기도 했다. 경기 중에도 태권도 발차기 기술과 비슷한 환상적인 슛을 종종 날린다. 그의 별명이 마법 주문인 ‘아브라카다브라’인 이유다.

 이브라히모비치가 20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D조 3차전 프랑스와 경기에서 날쌘 가위차기 골로 2-0 승리를 이끌었다. 0-0으로 맞선 후반 9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세바스티안 라르손의 크로스를 넘어지며 오른발로 연결해 결승골을 뽑았다. 마치 태권도의 나래차기를 보는 듯했다. 유로 2012에서 보는 그의 두 번째 태권도 기술이다. 16일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도 후반 4분 자신이 찬 프리킥이 수비벽에 맞고 나오자 다시 앞차기로 문전으로 밀어 넣어 올로프 멜베리의 골을 도왔다. 1·2차전에서 패배한 스웨덴은 탈락이 확정됐지만 이날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팬들도 경기 종료 후 이브라히모비치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활약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5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다. 2007년 이탈리아 인터밀란 시절 돌려차기 기술로 골을 넣자 이탈리아 언론이 “이브라히모비치의 태권도 실력이 골을 만들었다”고 보도하면서부터 사실이 알려졌다. 이탈리아 태권도연맹은 2010년 그에게 ‘명예 검은띠’를 증정하며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같은 해 이브라히모비치는 한국을 방문해서는 “축구와 태권도를 동시에 시작해 진로를 고민한 적이 있다. 축구를 안 했다면 태권도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1m95㎝의 큰 키에도 그가 헤딩보다 발을 이용한 슈팅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키예프(우크라이나)=김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