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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와 동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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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대한민국은 다문화 열풍 속에 있다. 단일민족을 표방하던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외국인들이 붐비는 나라로 변모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다문화 노래자랑 같은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고, 저출산시대에 다문화가정 출신의 입대자가 늘어나면서 다문화 국군시대의 개막도 예상되고 있다.

 다문화의 또 다른 진원지는 국내 중소제조업 현장이다.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15개국에서 온 20여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중소제조업 현장에서 필수 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공장 가동이 어려운 업체가 한둘이 아닐 정도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허가제 시행평가 및 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유발효과는 9조9160억원, 국내총생산(GDP) 기여금액은 3조1463억원에 달할 정도로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경제 기여도는 크다.

 미국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유럽에서 온 2000만 명의 이주민이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한 게 국가 융성의 기반이 됐다. 전쟁 폐허 속에서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독일도 실상은 터키와 폴란드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가 경제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국민은 외국인 근로자가 만들어 가는 다문화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저소득층의 이해관계와 상충되고, 또 어찌 보면 청년실업도 심한데 굳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느냐며 외국인 근로자의 기여도를 애써 축소한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결은 외국인 근로자 도입보다 중소기업 스스로 임금과 복지 같은 근로여건을 개선해 내국인 근로자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부당 출산율 1.2명, 80%를 초과하는 대학 진학률, 청년층의 제조업 취업 기피,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율 등의 국내 여건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의 실상을 보자. 고용업체의 90%가 50인 이하의 소기업이고, 내국인 근로자를 구할 수 없어 차선책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임금 같은 처우를 대폭 개선해 내국인 근로자 유입환경을 조성하라고 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중에는 금형·주물·도금같이 우리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이 많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기반이 되는 뿌리산업이 인력난으로 경쟁력을 잃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대기업 제품의 경쟁력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내국인 근로자와의 사회·문화적 차별을 해소해야 하고, 불법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강제출국 등과 같은 엄격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 배정도 중소기업의 현장 수요에 맞게 확대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과 외국인 근로자와의 동행은 대한민국 현실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외국인 근로자와 국내 근로자, 중소기업이 다 함께 공생발전할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를 포용하고 그들과 보조를 맞춰 ‘글로벌 리더국가’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