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결핵 치료 스스로 돕는 인체 ‘자가포식’ 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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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3000여 명이 결핵으로 사망한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결핵 사망률 1위다. 여기에 다이어트와 영양 불균형으로 젊은 여성과 청소년 사이에서 결핵 환자가 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결핵균을 사멸시키는 핵심 원리를 밝힌 성과가 발표됐다.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조은경·김진만 교수팀은 결핵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세포의 면역작용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결핵균을 없애는 기전을 밝혀냈다.

 결핵은 폐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했을 때 나오는 결핵균 때문에 감염되는 만성질환이다. 결핵에 걸리면 피로감이 몰려오고 식욕이 감퇴돼 체중이 준다. 기침과 가래가 나오고 흉통도 생긴다.

조은경 교수(가운데)가 김좌진(왼쪽)·이혜미 박사과정생과 실험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연구팀은 결핵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결핵균이 사멸되는 이유가 세포에서 일어나는 ‘자가포식’ 때문이라는 점을 규명했다. 자가포식은 자기 살을 먹는다는 뜻이다.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외부에서 미생물이 침입했을 때 세포 스스로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 단백질을 재활용하는 면역 현상을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자가포식 유전자를 제거한 초파리에 결핵균을 감염시킨 뒤 항균제로 치료한 결과 초파리의 생존율이 현저하게 감소됐다. 반대의 경우 자가포식이 현저하게 증가해 결핵균이 사멸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항결핵제 치료 시 결핵균과 숙주세포가 만드는 활성산소가 자가포식을 유도하는 사실도 입증했다. 활성산소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가 호흡하면서 산소의 불완전 연소로 인해 생겨나는 화합물이다.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만들어지면 세포를 손상시키는 유해산소가 되지만 소량으로 분비되면 세포 내 중요한 신호를 전달한다. 자가포식은 이런 활성산소의 신호를 받아 일어난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초기 결핵 치료를 위한 항결핵제는 최소 6개월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만일 초기에 치료가 실패하면 다제내성, 극내성 결핵균이 출현해 치료가 어려운 난치감염이 된다.

 조은경 교수는 “결핵은 초기 치료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 자가포식 기능의 활성화가 필수적임을 밝혀낸 연구 결과”라며 “보다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진행됐다.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셀 호스트 앤드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 5월호에 게재됐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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