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금감위원장의 대출금리 유지 발언에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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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당분간 내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의 발언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발끈하는 분위기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지난 11일 충남 도고의 한국증권연수원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은행이 수익을 내려면 적당한 예대금리차를 유지해야한다'며 '은행의 대출금리는 당분간 내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금감위원장의 발언은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적자금이 대규모로 투입된 은행들의 적정 수익률 제고가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 금감위원장은 '미국 등 선진 금융기관의 예대마진은 통상 4%포인트로 국내은행의 2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금통위는 이에 대해 경기부양을 위해 콜금리를 지난 8일 0.25%포인트 인하했는데 정부의 갈지(之)자 정책으로 금리인하 취지가 퇴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금통위원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상반기 관리목표를 벗어나는 등 물가가 심상치 않은 상황인데도 콜금리를 인하한 것은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장기대출금리를 끌어내려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는데 목적이 있다며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으로 금리정책이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시중은행의 적정 예대마진 확보도 중요하지만 거시경제정책 운용이라는 큰 틀에서 시장을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장 관계자는 콜금리인하가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경기부양이라는 당초 금리인하 취지가 퇴색하는 것은 물론 콜자금의 주요 수요처인 외국계 금융기관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금감위원장의 발언은 공적자금이 대규모로 투입된 시중은행들이 빨리 정상화돼야 국민들의 혈세를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경기흐름을 봐야 할 때라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금통위는 금리인하 당시 금융시장에 잠재해있는 불안요인으로 아직 금리의 파급경로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금리인하에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기업의 신용경색으로 금리인하에도 불구, 은행에만 머물러있는 시중의 유동성이 제2금융권 전반으로 분산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통위는 여러가지 부담을 안고 금리를 인하했는데도 정부가 자금시장의 물꼬를 트는데 노력하지는 않고 근시안적 사고로 시장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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