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재정·금융 이중위기 … 은행부터 불 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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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그리스와 달리 이중위기(Double Crisis)에 시달리고 있다. 재정뿐 아니라 금융도 시원찮다. 10일 발표된 구제금융은 우선 금융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스페인은 단일 통화인 유로화를 쓰고 있다. 때문에 위기 양상이 1998년 한국?태국?말레이시아등과는 다르다. 외환시장에서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예금인출 사태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이후 4월 사이에 500억 유로(약 73조5000억원)가 스페인 시중은행을 빠져나갔다.빠져나간 돈은 대부분 유로존 내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독일로 몰렸다.

루이스 데 귄도스 재무장관은 이날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도 액수는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현재 외국 회계법인이 시중은행 자산을 실사하고 있어서다. 21일 그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은 “조사 결과 부실 규모가 예상보다 더 많을 것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 구제금융 신청규모가 1000억 유로(147조 원)를 넘을 수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현재 예상된 부실 규모는 1800억~2200억 유로다. 전체 대출금의 8~10% 사이다.

EU 등이 제공한 구제금융이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곳은 모두 채권자다. 이 점에선 그리스와 스페인 구제금융의 차이가 거의 없다. 중간 경로만 다를 뿐이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이 정부를 통해 채권자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반면 스페인은 시중은행을 한 번 더 거치는 구조다. 시중은행이 구제금융을 받아 스페인 국채를 사들여준다. 스페인 정부는 이렇게 자금을 마련한 돈으로 빚을 갚는다. 사실상 스페인 정부가 구제금융을 받았다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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