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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바닷가부터 금정산성 성곽길까지 … 바람의 길을 걷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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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을 걷노라면 느리게 날다가도 빠르게 비상하는 갈매기를 만난다. 강약을 절묘하게 조절하며 나는 갈매기를 보면서 우리의 삶도 그러해야 함을 깨닫는다. 갈맷길은 갈매기가 노는 길이란 뜻이다. 9개 코스, 20개 구간으로 나눠져 있고 총 길이 263㎞다.

이기대 공원 동생말-어울마당 사이 갈맷길 해안 협곡에 설치된 구름다리. [송봉근 기자]

동해안에서 부산 상징 오륙도까지:1~2코스

갈맷길 들머리는 고리원전 1호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임랑해수욕장이다. 임랑은 아름다운 송림(松林)과 달빛에 반짝이는 은빛 파랑(波浪)의 합성어일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31번 국도를 따라 해수욕장을 벗어나자마자 통기타 라이브 카페 ‘하눌타리’가 보인다. 13년 된 이 카페 주인 손익헌(48)씨는 “앞으로 갈맷길에 어울리는 음악을 준비하겠다”며 웃었다.

1코스에는 기장 8경 중 임랑과 일광 해수욕장, 죽도, 시랑대(侍郞臺) 등 4경을 만난다. 일광해수욕장 입구에 서 있는 소설가 오영수(1914 ~79)의 문학비는 이곳이 그의 소설 ‘갯마을’의 무대였음을 알려준다.

기장군청에서 해안가로 가면 고산 윤선도 유배지였던 기장군 기장읍 죽성리가 나온다. 그가 자주 찾던 황학대(黃鶴臺)는 마을 휴게소로 변했다.

멸치어항인 대변항을 지나니 해동용궁사가 나타난다. 여기서 송정해수욕장까지 1.5㎞는 한적한 숲길이다. 문탠로드(4.8㎞)는 달빛을 맞으며 걸어야 제맛을 느낀다.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을 지나면 이기대 길이 나온다. 이곳에는 간첩침투 방지용 해안철책과 해녀막사도 보존돼 있다. 이 코스에는 최계락 시인의 ‘봄이 오는길’, 박상호 시인의 ‘폭풍우가 몰아치는 이기대에서’ 등 시비가 서 있다.

낙동강 하구둑에서 구포역에 이르는 갈맷길 6코스를 따라 낙동강을 걷다보면 활짝 핀 유채꽃을 만날 수 있다. [사진 부산시]

세계로 열린 부산항에서 도심까지:3~4코스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와 신선대, 태종대의 해안절경을 조망할 수 있다. 신선대를 지나 도착하는 유엔기념공원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전사자 2300명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국제시장·자갈치시장이 있는 원도심은 부산의 속살을 볼 수 있는 구간이다. 남항대교를 건너 영도 남쪽 해안 절벽에 나 있는 절영해안산책로를 따라 태종대까지 간다.

암남공원은 울창한 숲으로 싸인 원시자연공원이다. 감천항을 거쳐 몰운대에 이른다. 조선시대 국방 요충지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선봉장이었던 충장공 정운 장군도 몰운대 앞바다에서 순국했다. 다대포 해수욕장에 설치된 ‘꿈의 낙조분수’는 지름 60m, 둘레 180m, 최고 물높이 55m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낙동강과 가덕도를 만난다:5~6코스

낙동강 하구둑을 출발해 신호공단을 거쳐 가덕도로 들어간다. 거가대로가 뚫리면서 육지로 변했다. 정상인 연대봉(해발 459m)에는 천성봉수대가 있다. 대항새바지에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 포병사령부가 사용하던 동굴이 있다.

봄에 걸으면 160년 전통의 재래식 어로법인 ‘육수장망(陸水張網)숭어잡이’도 구경할 수 있다. 육지(陸)와 바다(水)에서 공동으로 작업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을숙도 철새도래지를 걷다 보면 철새가 날아 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낙동강을 거슬러 오르는 강변길은 평지다. 면적 4722㎢에 체육시설과 야생화 단지가 있는 삼락공원을 지난다. 백양산 정상에는 신라시대 화랑들이 훈련을 했다는 벌판이 있다.

국내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금정산성 성곽. 갈맷길 7코스 구간은 만덕고개에서 시작해 남문·동문·북문을 걷는다. [사진 부산시]

국내서 가장 긴 금정산성 성곽길:7~9코스

노래미 낚시터에서 관리동 방향을 바라본 모습.

금정산성 남문~동문~북문 등 3개 성문을 지나는 주능선을 걸으면 부산시내 전체 조망이 가능하다. 금정산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성이다. 성지곡수원지는 1906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근대적 상수도 시설이다. 1972년 낙동강 상수도망이 완공되면서 수돗물 공급을 중단했다. 2008년 7월 등록문화재 제376호로 지정됐다.

범어사 를 지나 회동수원지로 접어든다. 회동수원지는 부산 시민 식수원으로 출입이 통제됐으나 갈맷길을 열면서 개방했다. 회동수원지에서 수영강까지는 평지다. 이곡마을~모연정 구간은 농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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