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인문대 60년 … 교수 8인 남기고 싶은 학내이야기 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잊어서 안될 분은 영문과에 봉직한 김성혁 선생이다. 그는 최소한의 생활비 이외에는 모두 자선에 썼다. 그는 많은 글을 남겼으며 이웃 사랑을 실천한 점에서 예수의 참 제자였다. 그런데 그는 그의 사설 영어 강습에서 교수직과 이중으로 수입을 올린다며 택일하라 했을 때 영어 강습은 전액을 교회와 자선에 써왔기 때문에 성직(聖職)에 해당하니 인정해 달라고 진정했다. 학교 당국이 불가하다 했을 때 그는 교수직을 버렸다. 김성혁 교수는 1977년 해직됐다….’(장기홍 지질학과 명예교수)

 ‘재임용 탈락 소식을 들은 것은 1976년 2월 28일 아침이다. 그냥 전화로 재임용이 탈락되었다는 짤막한 통지가 전부였다. 무엇 때문이냐는 질문에 전하는 분도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4년 후 복직되어 이유를 알고 싶어 본부에 서류를 찾았으나 그런 것은 아예 없다고 했다. 그냥 ‘국가관 부족’ ‘품위 손상’ 등 짤막한 딱지만 붙이면 그만이었다….’(권기호 국문과 명예교수)

 경북대 인문대(학장 백두현)가 개교 60주년을 맞아 29일 펴낸 『자유와 진리, 그 격랑의 세월』에 담긴 ‘유문일사’의 한 부분이다.

 문리대(인문대 전신) 명예교수 8명이 초창기인 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겪은 남기고 싶은 학내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엔 70년대 민주화의 소용돌이와 교수 재임용 탈락 비화, 80년대 졸업정원제의 아픔 등이 생생히 기록돼 있다.

 인문대는 52년 국문과·영문과·사학과·철학과 4개 학과로 출발해 현재 11개 학과로 늘어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