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의 무단결석 담임은 몽둥이 찜질 난 못 참고 학교 접어…그리고 인생이 꼬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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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진=안성식 기자]

19년10개월. 전과 5범 김모(44·사진)씨가 감옥에서 보낸 세월이다. 그는 성인이 된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교도소 안에서 살았다. 경북의 농사꾼 집안에서 2대 독자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순한 아이’로 불렸다. 하지만 고교 시절 3일간 학교를 무단으로 빠지면서 그의 인생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지난 24일 법무보호복지공단 인천지부 사무실에서 김씨를 만났다. 그는 공단이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일하고 있다.

 - 학창 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나.

 “공부는 잘 못했지만 성실하게 학교에 다녔다. 선생님에게 꾸지람 한번 들은 적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느라 3일간 학교를 빠졌다. 4일째 되는 날 학교에 갔는데 선생님이 몽둥이로 스무 대 넘게 때렸다. 체벌을 처음 당해 보니 충격이 컸다. 그날로 학교를 접었다. 부모님이 말리셨지만 돌아가기 싫었다.”

 - 자퇴 후 생활은.

 “직물공장을 다니다 방위로 군대를 갔다. 6개월간 근무하고 1987년 초 제대했다. 돈은 없고 집에 손 벌리기도 싫어서 대구 시내 동네 친구 세 명이 모여 살던 자취방에 끼어 들어갔다. 그들 중 ‘노는 친구’가 ‘쉽게 돈 벌자’며 빈집털이를 제안했다.”

 - 두렵지 않았나.

 “첫발 떼는 게 어려울 뿐이다. 친구들끼리 하다 보니 별 두려움이 없었다. 범죄라는 생각도 안 들고 한번 성공하니까 계속 하게 됐다. 열 번째 범행 때 집주인에게 걸려 징역 10월 살고 나왔다.”

 - 계속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배운 게 도둑질이다 보니 자제가 안 됐다. 친구들은 다 손을 씻었는데 나만 계속했다. 고졸인 그 친구들은 그나마 나은 직장을 구할 수 있었는데 중졸인 나는 정말 힘든 일만 할 수밖에 없었다. 잡히면 들어가고 풀려나면 다시 훔쳤다.”

 - 후회스럽지 않나.

 “학교를 떠난 후 인생이 송두리째 꼬였다. 그때 조금만 참았더라면. 선생님이 조금만 따뜻하게 대해 주셨더라면. 주변에 제대로 된 친구들이 있었더라면. 그런 아쉬움들이 가득하다.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다.”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 기자
김보경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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