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콘텐츠 유료화 확산은 인터넷 기업이 사는 길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기업들이 곤경에 처해 있다.

광고 이외에 수익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인터넷 기업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는 데 성공한 기업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수익을 보여달라는 시장의 거센 요구는 인터넷 기업들의 경영 방향을 급속히 전환시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터넷 기업들의 화두는 회원수로부터 수익으로 급변하고 있다.

올해 안에 수익창출이라는 성과를 내는 데 성공한 기업들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인터넷의 유료화에 대한 논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터넷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거래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인터넷을 활용한 전자상거래는 대부분 유형의 재화가 이동하는 것을 뜻해왔다.

유형의 재화는 거래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에 비례해서 물류비도 증가하게 마련이다. 게다가 유형재의 유통시장은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완전경쟁 시장에 가깝다.

초과 이윤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경쟁 시장에선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 거래는 물건을 거래하는 것과 달리 무형의 재화를 거래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게다가 네티즌 역시 최근 조사를 보면 괜찮은 콘텐츠의 유료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제야말로 대다수 인터넷 업체들이 콘텐츠의 유료화를 통한 수익원 창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형사이트 가운데서 비교적 유료화를 일찍 시작하게 된 필자 역시 콘텐츠의 유료화가 성공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그리고 유료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콘텐츠 유료화의 성공이 비단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멀티미디어 콘텐츠 시장은 연평균 33%가 증가하고 있어 2003년에는 시장규모가 1천6백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에도 연평균 4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2003년에는 3조3천1백8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재주 있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만든 만화.게임.영화 등과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들이 중요한 수출상품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잘 구비된 인터넷 하드웨어를 갖춘 한국은 보기 드물게 인터넷의 수출산업화에 적합하도록 내수시장이 정비된 국가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이런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시계(視界)를 30년 전으로 돌려보자. 자동차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수출상품들은 국내외 가격차이를 이용한 수출전략으로 수출 상품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물론 콘텐츠 산업의 육성은 콘텐츠를 이용하는 수익자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가격지원책과는 차원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유료화의 효과는 과거의 수출산업 지원책처럼 인터넷 산업을 수출 산업화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관련기업들이 지금의 어려움을 벗어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자금지원을 통한 지원책의 마련이 희박한 점을 고려하면, 정책 당국자들은 정책의 포인트를 유료화와 관련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둬야 할 것이다.

네티즌 역시 유료화가 한국을 진정한 인터넷 강국이자 인터넷 수출국으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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