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모든 판결 뒤집은 ‘3년의 고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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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환

이 사건 주심인 김능환(61·연수원 7기) 대법관은 또 한 명의 주역이다.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온 김 대법관은 이 판결을 위해 3년3개월 동안 법리 검토와 자료 분석에 매달렸다. 2009년 사건이 배당된 뒤 6명의 재판연구관이 국내외 논문과 판례, 자료 검토를 위해 밤을 지새웠다. 김 대법관은 그는 “국내외 기존 판결에 구애받지 말고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마침내 나온 판결문. 김 대법관의 문체에는 거침이 없었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 기준이 된 일본의 한반도 지배에 대해 그는 “불법적 강점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일본 판결을 승인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 같은 논리로 김 대법관은 1, 2심 재판부마저 인정하지 않았던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판결 직후 일본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로 사법부의 역할이 다시 한번 재확인됐다고 평가한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사법부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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