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놀랐다, 달라진 35세 김경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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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경아

우리 나이로 36살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탁구 국가대표 맏언니 김경아(35·대한항공·세계랭킹 10위)는 런던올림픽을 마지막 무대로 생각하고 배수진을 쳤다.

 오른손 셰이크핸드인 그는 세계 최고의 수비형 선수다. 상대 공격을 질릴 정도로 커트(깎아치기)해 내서 붙은 별명이 ‘깎신’이다. 상대가 김경아의 끈질김에 범실로 자멸하곤 한다. 파워 넘치는 공격수들이 득실대는 세계 탁구판에서 10여 년간 살아남은 그의 생존법이었다. 스물여덟에 늦깎이로 태극마크를 단 뒤 2004 아테네 올림픽 단식 동메달, 2008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김경아는 원래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을 은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30대 중반의 노장 선수들이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고 은퇴 생각을 접었다. 그러고는 변화를 시도했다. “답답할 정도로 수비만 고집했었던 것 같다”고 자인한 그는 올해 국제대회 출전을 포기한 채 수비와 공격의 비중을 7대3에서 6대4로 바꿨다.

 그리고 지난달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스페인 오픈과 칠레 오픈 개인 단식에서 연달아 우승했다. 당초 중국은 김경아를 메달권 밖 선수로 분류했지만 스타일 변화 이후 그를 다시 보게 됐다. 세계랭킹도 2006년 5월(5위) 이후 가장 높다. 그는 “최근 외국 선수들이 ‘너 공격(드라이브)이 좋아졌다’고 할 때 ‘내가 정말 변하긴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는 세계랭킹 1~5위를 휩쓸고 있는 만리장성을 넘어야 한다. 김경아는 최근 코리아오픈과 중국오픈에서 런던에서 만날 중국의 리샤오샤(24·4위), 딩닝(22·1위)에게 잇따라 졌다. 하지만 김경아는 “지금은 중국 선수를 대상으로 다양한 작전을 실험하고 분석 중에 있다”며 걱정하지 않았다.

 올림픽 개인 단식에는 국가별 출전 선수가 2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게다가 중국 선수들은 올림픽 첫 출전 혹은 20대 중반으로 경험이 떨어진다. 김경아는 “올림픽은 순간의 긴장감이 승패를 좌우한다. 나는 긴장감을 풀어가는 법을 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경아는 “60일만 원 없이 준비하려 한다. 올림픽 뒤에는 그동안 미뤄온 2세를 만들 생각이라 자연스럽게 은퇴하게 되지 않을까”라며 “마지막을 꼭 금메달로 장식하고 싶다. 그럼 단체전에서도 좋은 성적이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고 각오를 밝혔다.

상하이=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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